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국회 제헌국회의원상 앞에서 공천헌금·통일교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 ‘제명’ 결정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에게 윤리위 재심 신청 기한(징계 통지 10일 이내)인 오는 23일까지 소명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윤리위 관련 법적 논란을 최소화한 후 징계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재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대표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당 안팎에선 “지방선거 패배는 물론이고 보수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 전 대표는 (윤리위) 소명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일부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다고 한다”면서 “윤리위에서 제대로 된 결정이 나오려면 당사자가 출석해서 충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도부 일각에선 이날 징계를 의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자 결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장동혁, 국힘 의원들과 ‘한동훈 제명’ 면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과 면담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대안과 미래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처리를 미뤄달라”는 요구를 전달했고, 장 대표는 재심 신청 기간(10일간) 제명 결정 의결을 보류했다. |
한 전 대표는 “재심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 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윤리위 결정은 결론을 정하고 끼워 맞춘 요식 행위”라며 재심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장 대표가 재심에서 소명하라고 제안한 데 대해 친한계에서는 “판사 출신인 장 대표가 문제가 법원에 가는 상황에 대비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전 대표 측은 제명이 최종 결정되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한 전 대표 가족이 연관된 ‘당원 게시판 사건’이 발단이지만,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진영이 향후 당내 주도권을 놓고 투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립하자 이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장 대표는 징계를 철회하고, 한 전 대표도 적절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정치적 봉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열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張은 제명 철회하고 韓은 사과하라” 정치적 봉합 요구 쏟아져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10여 명이 발언자로 나서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재고하라고 요청했다. 윤리위 결정대로 한 전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는 발언은 없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 의총에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 국민의힘 의원 107명 가운데 70여 명이 참석했다.
윤상현 의원은 “당원 게시판 사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한 전 대표는 정치적 소명이 부족했고 윤리위 (제명) 처분도 과했다”고 했다. 장 대표를 향해선 “정치적으로 수습하고 분열된 당을 하나로 모으는 게 리더십”이라고 했다. 조경태 의원은 “지금은 통합과 단합의 시간”이라며 “한 전 대표 제명이 과연 이 시점에 우리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고, 윤재옥 의원도 “여러 의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호 기자장동혁, 제헌국회 의원상 앞에서 단식농성 국민의힘 장동혁(가운데) 대표가 15일 더불어민주당의 통일교·공천 헌금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국회 중앙홀에 있는 제헌국회 의원 조형물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인선·김대식 의원, 장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박대출 의원. |
당원 게시판 문제로 전직 대표를 제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았다. 당원 게시판 사건은 2024년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서 한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했다는 의혹이다.
권영진 의원은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철회해야 하고, 한 전 대표도 당원과 국민께 송구하다는 정도로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양 의원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인사를 제명한 사례가 없다. (한 전 대표가) 제명할 정도의 대역죄를 저질렀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선에서 승리하려면 변하는 모습을 보이자”면서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집단사고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별다른 반응 없이 의원들의 발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이 장 대표 면전에서 고언(苦言)을 쏟아낸 것은 한 전 대표 제명 논란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악재가 되리라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20%대 초반(전화 면접 조사)이나 30%대 중반(ARS 조사)으로 고착화돼 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도 30%대에서 당 지지율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당원 게시판 문제로 당이 내홍에 빠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조차 없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 원로들도 양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한 전 대표 제명은 당의 자산을 내치는 꼴”이라면서 “내분에 빠진다면 지방선거에서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병국 전 의원도 “장 대표와 한 전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며 “제명이라는 방식으로는 서로 원한만 쌓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들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나 ‘장·한 갈등’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두 사람의 타협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동혁 지도부는 한 전 대표의 징계 철회를 애초부터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징계 의결이 보류된 것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장 대표의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 지도부가 재심 신청 기한이 끝나고 처음 열리는 오는 2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윤리위 의결대로 한 전 대표를 제명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반면 친한계에선 “이미 한 전 대표가 재심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장 대표가 ‘재심에서 소명하라’고 제안한 것은 또 다른 프레임 씌우기”라는 말도 나온다. 장 대표 측에서 ‘한 전 대표 스스로 당원권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친한계의 한 인사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장 대표는 제명 철회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 전 대표 축출을 강행한다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