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고생길에 들어선 걸 환영합니다. 죽고 싶을 때도, 뛸 듯이 기쁠 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연극에서 성공하는 날은 내가 나를 주체를 못해요. 그 정신적인 희열은 오직 나만의 것이에요.”
지난 13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아르코 예술인력개발원, 백발 성성한 박근형(86) 배우의 마스터 클래스는 자신만의 연기론과 연극 경험을 섞은 한 편의 잘 만든 연극 같았다.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이들은 서른 명의 젊은 연극 배우들. ‘연극내일 프로젝트’에 지원한 900명 넘는 지원자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12일부터 2박 3일 동안 함께 웃고 땀 흘리며 달렸다. 박근형 배우의 마스터 클래스는 13일 마지막 밤 공식 일정이었다.
박근형 배우가 강연을 이어갔다. “이 일, 평생 끝이 안 나요. 어느 게 맞는지 누구도 몰라. 그래도 앞으로 가는 거예요. 꼭 훌륭한 배우가 되길 바랍니다. 절대, 여러분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대선배의 따뜻한 격려에 젊은 연극인들 눈엔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이 맺혔다.
‘연극내일 프로젝트’ 특강에서 박근형 배우는 “젊은 시절 내가 ‘땡땡이’ 치는 걸로 유명했다. 역할이 잘 그려지지 않아 막막할 때면 연락을 끊고 고향에 내려갔다 왔다”고 회고했다. “근데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요.” 대선배의 소탈한 고백에 젊은 연극인 후배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지난 13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아르코 예술인력개발원, 백발 성성한 박근형(86) 배우의 마스터 클래스는 자신만의 연기론과 연극 경험을 섞은 한 편의 잘 만든 연극 같았다.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이들은 서른 명의 젊은 연극 배우들. ‘연극내일 프로젝트’에 지원한 900명 넘는 지원자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12일부터 2박 3일 동안 함께 웃고 땀 흘리며 달렸다. 박근형 배우의 마스터 클래스는 13일 마지막 밤 공식 일정이었다.
박근형 배우가 강연을 이어갔다. “이 일, 평생 끝이 안 나요. 어느 게 맞는지 누구도 몰라. 그래도 앞으로 가는 거예요. 꼭 훌륭한 배우가 되길 바랍니다. 절대, 여러분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대선배의 따뜻한 격려에 젊은 연극인들 눈엔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이 맺혔다.
◇노배우들 기부로 젊은 연극인 뭉쳐
젊은 배우들 나이는 스물넷부터 서른여섯 살까지, 각자 가진 배경과 무대 경험도 각양각색. 하지만 연극을 향한 뜨거움엔 우열이 없다. ‘연극 내일 프로젝트’는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한 신구(90)와 박근형 두 배우의 기부를 제작사 파크컴퍼니 박정미 대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가 이어받아 성사시킨 청년 연극 배우 교육 프로그램. 강훈구·김남언·김수정·김정·류사라·오세혁·이민구(가나다순) 등 지금 우리 연극의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극작가들이 기꺼이 교육 훈련과 공연 준비를 맡아 참여했다.
13일 '연극내일 프로젝트' 연극캠프에서 배우의 움직임에 관해 강의하는 극단 신세계 대표 김수정 연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극단 신세계 대표 김수정 연출은 프로덕션부터 연기와 움직임까지 워크숍 강의와 실습을 이끌었다. 10명씩 3개 조로 편성된 참가자들은 캠프가 끝난 뒤 배우 훈련과 공연 연습을 시작해 오는 4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 꿈밭극장(옛 학전) 무대에 창작극을 올릴 예정이다.
◇“튀는 배우 대신 반응 잘하는 배우”
지난해 12월 말 이틀간 열린 최종 오디션부터 독특했다. 강훈구·김정·오세혁 세 연출가가 각자 장기를 살려 진행한 워크숍 형식. 김정 연출은 제대로 서고 걷는 것부터 시작해 정확한 움직임을, 강훈구 연출은 연극성의 템포와 발성 등 대본 낭독을, 마당극으로 시작해 액션-리액션의 흐름을 중시하는 오세혁 연출은 즉흥 연기를 살폈다. 오 연출은 “중요한 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바라보고 배려하며 조율하고 반응하는 방식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뽑힌 배우들은 그냥 예쁘고 잘생긴 게 아니라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젊은 배우들에게 동년배 배우들과의 교류는 물론,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출가들과의 훈련은 귀한 기회. ‘여기 배우들 복 받았다’고 했더니, 김정 연출은 “함께 훈련하며 이 배우들을 너무 사랑하게 됐다. 서로 복 받은 것”이라며 웃었다.
'연극내일 프로젝트' 워크숍.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연극내일 프로젝트' 워크숍.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900여 명 지원자 가운데서 ‘연극내일 프로젝트’에 선발된 배우 30명은 12일부터 사흘간 프로덕션, 연기, 움직임 등 ‘실전형’ 교육 훈련을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강훈구 연출은 “대사 한 줄로 자기만의 연극적 안무를 만들고, 그걸 모아 군무로 묶어내는 움직임 워크숍이 가장 인상깊었다”며 “배우 재교육 워크숍도 드물지만, 교육과 훈련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연까지 이어갈 수 있어 더 기뻐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묵묵히 갈고 닦아… “버티자 살아남자!”
그렇게 진행된 ‘연극내일 프로젝트’ 워크숍에서, 전날인 12일엔 토니상 6관왕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국내 첫 제작을 맡았던 김유철 프로듀서와 최연소 서울시극단 단장 이준우 연출가가 젊은 배우들과 라운드 테이블 형식의 대화 자리도 가졌다. 13일 박근형 배우의 마스터 클래스는 화룡점정이었다.
그는 “연극 하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TV로 갔고, 돈 벌기 위해 수모를 견디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학로 후배들을 보니 더 처참한 상황이었어요. 제대로 연기를 배울 기회라도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K컬처? 다 연극에서 시작된 겁니다. 여러분, 모든 예술의 종합, 연극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용기 잃지 마시고 과감하게 헤쳐 나가세요.”
'연극내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 연극 배우들 앞에서 특강하는 박근형 배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특강 뒤 젊은 후배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박근형은 강연 중 “젊은 시절 내가 ‘땡땡이’ 치는 걸로 유명했다. 연기론 책도 연기법 강의도 없던 때라, 역할이 손에 잡히지 않아 막막할 때면 연락을 싹 다 끊고 고향에 내려가 2~3일씩 다 내려놓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회고했다. “땡땡이 치고 가셨을 때 누가 다시 붙잡아줬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박근형이 답했다. “아무도 안 잡아줬어요. 근데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요.” 대선배의 소탈한 고백에 젊은 후배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연극의 매력을 묻자 박근형은 “관객의 호응과 공감”이라고 했다. “여러분도 그걸 계속해서 느껴야 합니다. 명언 하나 알려드리죠. ‘배우는 역할에 실패해도 배우가 아닌 건 아니다!’ 배우는 항상 배우예요. 평론에, 관객 평에 상처도 받을 거예요. 하지만 그 역할만 실패했을 뿐이지, 역할은 끝없이 많아요. 그러니 절대 좌절하지 마시고 힘차게 해 나가세요.”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이겨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박근형은 “제 힘으로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을 때도 많았다”고 했다. “부딪혀 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묵묵히 자기를 쌓는 일밖에 없어요. 더 많은 독서량과 더 많은 관찰과 더 많은 상상, 이런 것들로 나를 더 튼튼히 만드는 수밖에 없었어요.”
박근형 배우가 '연극내일 프로젝트' 특강 뒤 참여한 젊은 연극 배우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특강은 교육원 내 식당으로 이어졌다. 첫 건배사를 부탁받은 박근형 배우가 일어나 종이컵을 들고 외쳤다. “버티자, 살아남자!” 연극 사랑 앞에 나이 차이는 무의미한, 뜨거운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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