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태수·박원호·정윤혁·이성주 위원, 김도연 위원장, 김재련·김별아·민세진·장부승 위원, 조중식 부국장./김정형 기자 |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0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대통령 업무 보고
▶<“대통령이 달러 반출 수법 알린 셈” 업무 보고 생중계 논란>, <李 “환단고기, 역사를 보는 입장 차이”… 학계 “가짜 역사책 언급 황당”>(12월 15일 자 A5면) 등에서 보듯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며 논란이 쏟아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책갈피 불법 외화 반출’을 추궁하고, 위서(僞書)인 환단고기를 언급하는 등 전문성도 없고 사실관계조차 불분명한 수준 낮은 발언이 쏟아졌다. 업무 보고를 생중계까지 하는 포맷 자체가 굉장히 권위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이다. 박정희 시대 권위주의 모델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의 <[朝鮮칼럼] 대통령은 TV 생중계보다 ‘구조적 난제 해결’부터>(12월 29일 자 A34면) 같은 점잖은 비판도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업무 보고 생중계를 또 한다는데 언제까지 언론이 ‘받아쓰기’ 하면서 끌려다니고 논란에 논란으로 꼬리를 물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예 보도를 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가치 없는 말, 논란을 위한 논란이라면 발언자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과감히 보도 분량을 줄이거나 가십 처리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전에 국민과 독자들은 지친다.
▶6회 연재한 <대한민국 건강 지도>(12월 8~13일 자) 기획이 눈에 띄었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 지수가 좋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지방 공동화 같은 문제를 생각할 때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좀 더 건강 친화적인 삶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인 것만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 대리시험 교수들
▶<학과 폐지 막으려… 2년간 학생 대신 시험 쳐준 교수들>(12월 23일 자 A10면)은 참담한 지방 교육의 현실을 드러냈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예고편 같다. <4050 학생 유치해놓고, 교수가 대리시험… 정원 미달 지방대의 민낯>(12월 25일 자 A12면)에서 보충 취재를 통해 사건이 더욱 명확해졌다. 목적 없이 설득당해 입학한 중장년층 학생들, 폐과를 막기 위해 서류까지 조작하는 교수들이 합쳐진 총체적 난국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런 사례는 다수 지방대의 ‘불편한 진실’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구조 개선이나 폐교 자산 처분 등 현실적 대책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취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 두고… “선 넘어 불가피”(교총) “소송만 늘 것”(전교조·교사노조)>(12월 27일 자 A12면)은 교권 침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교육부 방안에 대한 찬반 논쟁을 다뤘다. 교권 침해가 범죄 수준에 이르러 학생부 기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그러면 학부모들의 소송에 대응하느라 교사 고통만 늘어날 것이라는 논쟁이다. 현재 학폭 조치 사항은 학생부에 기재되고 대입에 반영되지만, 학생이 범죄 행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학생부에 자동 기재되지 않고 대입에 반영되지도 않는다. 행위의 경중으로 보면 학폭보다 범죄 행위가 더 중하다. 범죄 행위는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데 학폭은 대입에 반영되는 모순과 불공평을 해소하도록 조명해주면 좋겠다.
▶<“한국인 출입 금지”… 차이나타운, 독립운동가 후손 건물서도 도박판>(1월 8일 자 A12면)은 가리봉동, 대림동 일대에서 불법 도박장이 성행 중이라는 충격적 사실 보도다. ‘한국인 출입 금지’가 문제가 아니라 치외법권처럼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아 또 다른 범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할 만하다. 그런데 ‘독립운동가 후손 건물’이 도박장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제목으로 뽑아 강조한 건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다.
▶<‘종각역 사고’도 70대… 고령 운전자 10년 새 2배, 면허 반납은 2%뿐>(1월 5일 자 A12면)에서 정부가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호주와 영국의 제도를 언급했다. 두 나라의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상반된 견해가 존재했다. 해외 사례들을 벤치마킹할 때는 실효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기사화하면 좋겠다.
▨하와이 ‘K대학 붐’
▶<하와이 ‘K대학붐’… 美본토 설명회의 3배 몰려>(12월 12일 자 A12면)는 입학 연령대 인구 감소와 지방 기피 등으로 궁지에 몰린 한국 대학들이 하와이에서 재외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선 현상을 다뤘다. 현실이 제목처럼 한국 대학이 인기가 있다는 것인지, 해외에서 대학 입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데려오겠다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다. 한국 대학의 현실을 본다면 후자 쪽에 가까울 텐데 제목이나 내용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서울대 교수 95% 호봉제 대신에 성과연봉제 선택>(1월 5일 자 A12면)과 관련, 우선 성과연봉제라는 제도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연봉제는 업적을 평가해 제로베이스에서 매년 새로이 보수를 책정하는 제도다. 당연히 임금이 삭감되기도 한다. 기사에서 소개한 제도는 이와 전혀 다르다. 교수들이 호봉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기에 더해 추가로 받는 성과급에 약간의 차등을 둔다는 것이다. 4등급으로 나눴는데 95%까지가 세 등급이라 차이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마치 서울대 교수 95%가 외국 대학처럼 치열한 경쟁에 나선 듯한 뉘앙스로 전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간 택배기사 10명 심박수 측정해놓고… 與 ‘새벽 배송 제한’ 근거로 내놔>(1월 8일 자 A14면)는 여당이 야간 택배 제한의 근거로 제시한 연구가 부실함을 비판했다. 하지만 오히려 중요한 것은 야간 택배가 왜, 누구에게, 어떤 비용과 편익을 만들어내는가를 구조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다. 야간 택배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효과와 이해관계 충돌을 공론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규제가 정당한지 논의했어야 한다.
▶<[모닝] 비만약, 中서 인하 경쟁>(1월 6일 자 B1면)에서 중국 시장 내 글로벌 제약사들의 파격적인 약가 인하 현상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전달하고, 그 배경에 ‘특허 만료’와 ‘현지 복제약 출시 임박’이라는 시장 논리가 있음을 명확히 짚었다. 중국에서의 가격 급락은 필연적으로 오남용 문제와 가짜 약 유통,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같은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발 저가 복제약이 직구 등 형태로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없는지, 한국 정부의 약가 협상력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등 구조적이고 정책적인 함의를 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 전기료 쇼크
▶여섯 번에 걸친 <‘전기료 쇼크’ 산업이 멈춘다>(12월 22~30일 자) 기획은 정부의 과거 에너지 정책과 요금 결정 방식의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독립적 요금 결정 체계 등 근본적 개혁을 제안해 의미가 있었다. 다만 전기 요금 급등의 주원인으로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지목했는데, 사안을 너무 단순화시킨 것 같다. 수입 연료비, 환율, 정부의 포퓰리즘적 요금 억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과도한 전기 소비(낭비)’ 실태를 함께 다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기요금 논쟁이 산업 문제를 넘어 사회 전환으로 이어지는 기획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조선닷컴에서 <‘전기료 쇼크’ 산업이 멈춘다>로 검색하면 개별 기사 제목만 보이고, 시리즈 전체의 제목 묶음이 보이지 않는다. 일일이 기사 제목을 클릭해야 하니 불편하다.
▶<조선업 외국인 비자 폐지 논의에… 업계 “그들 아니면 누가 일하나”>(12월 18일 자 A8면)는 제조업을 현장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다룬 매우 인상적인 보도였다. 조선업이 이미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음에도, 이러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현장 목소리를 통해 날카롭게 전달했다. 12월 19일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심의위원회 이후 실제 결정된 정책 내용과 현장의 반응, 우려, 보완 요구까지 후속 보도가 이뤄졌다면 더 완결성 있는 문제 제기가 됐을 것이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 초기에는 보안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가 이후 ‘공룡 쿠팡’이 어떻게 온라인 유통 시장을 장악했나를 다루더니, 이제는 지배구조 문제로 포화가 집중되는 것 같다. 조선일보의 접근은 냉정함이 떨어지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국회의 기업인 소환에 중립적이거나 사안에 따라 비판적이었던 그간의 논조와 비교하면 김범석 의장과 경영진에 대한 논조는 명확하게 대중의 입장과 시각이라는 느낌이 든다. 김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긍정하는 듯한 보도도 입장의 일관성을 깨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태도의 불쾌함을 자극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좀 불편하다.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방식은 문제 해결과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석고대죄하지 않는다고 잡고 늘어지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사회주의 가치에 맞는 데이터로 학습” 中당국, 휴머노이드 AI 규제 초안 발표>(12월 29일 자 B4면)에서 ‘휴머노이드(Humanoid)’ 용어 사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휴머노이드’란 인간의 신체를 닮은 로봇을 의미한다. 물리적 실체를 가진 ‘피지컬 AI’ 범주에 속한다. 이번 중국 규제안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대화형 AI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로 추측된다. 이 둘을 혼동하는 용어 사용은 정책 대상과 범위를 오해하게 할 수 있다.
▨ 베네수엘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보도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논조를 취하거나 사실 관계 위주로 보도하면서 베네수엘라 몰락의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가 주류를 이뤘다. <마두로 美 압송, 트럼프 ‘힘의 정치’ 과시>(1월 5일 자 A1면), <좌파 포퓰리즘 30년에… 파탄 난 ‘석유 부국’>(A3면)이 그렇다. <[社說] 세계 질서 격변 속 ‘中 편에 서라’ 요구한 시진핑>(1월 6일 자 A31면) 등에선 조선일보의 입장이 드러난다. 일본 언론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정면 비판한다. 현 상황을 동맹과 국제법이라는 외교 목표 간 충돌이 발생한 상황으로 보고, 미국의 행태가 일본 외교에 어떤 딜레마를 빚어내는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본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명확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관찰자 입장에서 보도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작금의 한국 외교에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한 조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시인 4명의 ‘AI 백일장’… “표현은 참신, 수정 요구할수록 내용 밋밋해져”>(12월 23일 자 A8면)는 실제 시인들이 AI와 함께 작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미 교향곡을 작곡하고 소설도 쓰는 AI가 시도 당연히 잘 쓸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걸 독자들에게 실증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AI로 인해 독자들이 마주하게 될 아주 다른 세상을 미리 보여준 좋은 시도였다. 문학과 AI가 엮는 새로운 문화적 논쟁, AI 활용이 문단 전반에 주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정리=김정형 기자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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