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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담배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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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소송은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된다. ‘담배가 기호품이고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논리로 무장한 거대 담배기업의 철옹성을 깨기가 쉽지 않다. 담배는 4000종 이상의 화학물질과 70종 이상의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하지만 그 유해성이 폐암 등 질병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법정에서 입증하는 건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첫 소송은 1954년 미국에서 처음 제기됐지만 50여년간 담배회사의 승리가 이어졌다. 반전은 1990년대 초반 세계 3대 담배회사인 ‘브라운 앤 윌리엄슨’의 부사장을 지냈던 제프리 와이건 박사의 폭로에서 촉발됐다. 와이건은 “회사가 중독성을 높이려 암모니아 등 화학물질을 집어넣고 그 유해성을 알고도 숨겼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니코틴에 중독성이 없다’는 담배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의회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미 법원도 담배가 유해하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결국 1998년 미 46개 주 정부는 담배회사로부터 25년간 약 2060억달러(270조원)를 받기로 합의했다. 캐나다에서도 퀘벡주 흡연자들은 집단소송 25년 만에 담배회사에서 325억 캐나다달러(45조원)를 배상받게 됐다.

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은 딴판이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폐암 환자들이 손해배상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담배가 해롭더라도 제조 자체를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비슷한 시기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법원은 흡연자가 스스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이유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나머지 나라에서도 흡연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사례는 드물다.

어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 담배회사 3곳(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장기흡연 후 폐암·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에 10년간 지급한 진료비 533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는데 5년 전 1심에서 졌다. 서울고등법원도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담배회사가 정보를 축소·은폐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흡연자가 담배와 이별할 결심을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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