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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가능성으로 만드는…이토록 무해한 상상[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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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알이 생겼어
주아나 바라타 글·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그림
오진영 옮김 | 노란상상 | 36쪽 | 1만5000원

집 안을 날쌔게 돌아다니다가 꽝! 넘어진 아이의 머리엔 혹이 생겼다. 거울을 확인한 아이는 ‘알’이 자란 이마를 보며 놀란다. 그러곤 볼록 솟아오르는 알만큼 호기심도 부풀어 오른다. 만약 주변에 걱정 많은 어른이 있었다면 괜찮냐고 달려왔을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는 알로 보이는 혹 앞에서 울음 대신 질문을 꺼낸다.

이 알에선 누가 태어날까? 아이는 백과사전에서 온갖 알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타조가 나오기엔 너무 크고 벌새가 나오기엔 너무 작은 알. 누나는 악어알 아니냐고 끼어든다. 수탉이 나올 것 같다는 말도 들었는데, 아이는 아침부터 울어대는 수탉은 원하지 않는다. 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알. 아이는 결국 수건으로 머리를 칭칭 감아 따스한 등불 밑에서 알을 부화시키려 한다. 한숨 자고 눈을 떠보니 “꼬꼬 꼬꼬꼬!” 자그마한 병아리들과 암탉이 방을 돌아다닌다. 아이는 다행히 수탉은 아니라고 안심한다.


포르투갈 작가 주아나 바라타는 혹 또는 수탉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galo’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냈다.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작가는 검은 선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그 위에 알록달록한 색을 얹은 삽화로 아이의 상상을 경쾌하게 따라나선다. 책장을 넘기면 오리너구리와 거북이, 오징어, 오리 등 아이가 떠올려본 알의 주인공들이 차례로 지나간다.

넘어진 뒤의 상처로 여겨지는 혹. 하지만 혹을 알로 바꾸어 보는 순간, 아이에게 통증은 가능성이 된다. 무한한 가능성이 자라고 있는 알 앞에서 책 속 아이는 하나의 세계인 껍데기가 자연스레 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마냥 보호받아야 할 것 같은 아이들이라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상처를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 그 기다림 끝에서 아이는 다치기 전보다 조금 더 넓은 세계로 걸어 나올 것이다.

이령 기자 l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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