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저자(왼쪽) 대만 TSMC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해 11월 대만 신주(新竹)에서 열린 ‘TSMC 스포츠데이’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와 퀄컴 등 세계적 팹리스(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기업) 반도체 업체의 제품을 만드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약 70%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삼성전자 전체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작년 4분기(10~12월)에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세 개 분기 연속 기록 경신이다. 이에 힘입어 2025년 한 해 매출과 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찍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 수요에 가속도가 붙는 가운데,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성능 AI 칩 설계 업체 물량을 독점해 온 결과다.
TSMC는 15일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337억3000만달러(약 49조원), 순이익은 35% 증가한 16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82억1500만달러다. 이는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138억달러)은 물론 2018년 3분기에 세운 달러화 기준 분기 최대 영업이익(161억달러)을 넘었다. TSMC는 올해도 매출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공정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고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칩 더 달라” 줄 선 빅테크들… TSMC 매출 54%가 이익
파운드리 단일(單一) 사업 체제인 TSMC 매출은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사업을 아우르는 삼성전자(지난해 4분기 93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TSMC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은 매출의 절반(54%)을 남기는 고수익 구조 덕분이다. 일반 대형 제조업·IT 하드웨어 기업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보통 5~15%에 불과하고, 돈을 더 효율적으로 버는 소프트웨어 기업도 20~30% 수준임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익성이다. TSMC가 이 같은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매출의 대부분이 고부가가치 첨단 공정에서 나오는 데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고객들이 줄을 서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겹치면서다. 특히 대만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 및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TSMC 수익성이 특별히 높은 이유로 꼽힌다.
TSM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최신 3나노 공정 매출은 전체 28%로 전 분기보다 3%포인트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공정은 숫자가 낮을수록 더 첨단이다. 3나노 공정은 최신 AI 반도체·플래그십 모바일 칩이 주로 생산되는 ‘최상위 라인’이다. 압도적 시장 점유율로 경쟁자가 없다 보니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AI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들이 TSMC의 매출 증가와 수익성 확대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AI 훈풍 타는 TSMC
실제로 AI 반도체가 TSM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전통적으로 TSMC의 최대 매출을 담당하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비율이 2024년 22~25% 수준에서 지난해 20%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대신 2024년 10% 수준이었던 엔비디아 비율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안에 애플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SMC의 고급 패키징(CoWoS·반도체 여러 장을 한 판에 이어 붙이는 것) 라인에선 엔비디아가 전체 생산 능력의 절반 이상을 이미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2년 치 AI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완판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최첨단 칩 수요가 TSMC 생산 능력의 3배”라며 “엔비디아·구글·브로드컴 등에서 주문이 쇄도하지만, 도저히 소화를 못 할 지경”이라고 했다.
TSMC는 차세대 2나노 공정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2나노 양산에 돌입했고, 올해부터 이 분야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TSMC의 2나노 공정 수율은 70~90%로, 삼성전자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나노 전용 라인 역시 애플·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과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수년 치 물량이 선판매됐다. TSMC는 이날 올해 1분기 매출 예상치를 지난해 4분기에 이어 9분기째 성장한 346억~358억달러로 제시했다.
◇美 공장 5곳 신설... 수익 악화 우려도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왕좌’를 굳히기 위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설비 투자를 2나노와 고급 패키징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장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만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5곳을 신설한다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를 기존 20%에서 15%로 낮추는 협상을 해왔다. 미국 TSMC 공장의 반도체 생산 비용은 대만의 약 2.4배에 달하고, 인건비 및 원자재 비용 역시 2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TSMC가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 5곳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현재 총이익률(60%대)은 장기적으로 53%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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