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진 들고 점수 기다리는 나우모프.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부모님이 제게 해주신 마지막 말씀은 '자랑스럽다'였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분들을 자랑스럽게 해드릴 차례입니다."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하루아침에 양친을 잃은 스물넷 청년이,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적을 써 내려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된 막심 나우모프(24)의 이야기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투데이쇼는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은 나우모프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담담했지만,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나우모프는 "부모님은 하늘에서 미소 지으며 나를 보고 계실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은 우리 가족 모두의 꿈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부모님과 함께 은반 위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나우모프에게 지난 2025년 1월 30일은 지우고 싶은 악몽이었다. 당시 미국 워싱턴DC 인근 상공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피겨 유망주 훈련 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던 선수단이 탑승해 있었고, 그 명단에는 나우모프의 부모님이자 코치였던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부부는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부문 우승자 출신의 '피겨 레전드'였다. 지도자로서 아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던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제자들과 아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다 변을 당했다.갑작스러운 비보에 나우모프는 무너져 내릴 법도 했지만, 스케이트 끈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운명의 날이 찾아왔다.
미국 피겨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을 마친 나우모프는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점수 발표를 기다리며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찍은 낡은 사진이었다.
전광판에 총점 249.16점, 최종 3위라는 성적이 찍히며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는 순간, 그는 사진을 가슴에 품고 오열했다. 현장에 있던 관중들은 물론 중계진까지 먹먹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나우모프는 경기 직후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이 없었다면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공을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돌렸다.
나우모프는 세계 최강자 일리야 말리닌, 앤드루 토르가셰프와 함께 미국 대표팀(Team USA)의 일원으로 밀라노행 비행기에 오른다. 비록 부모님은 육체적으로 곁에 없지만, 나우모프는 가장 든든한 두 명의 천사와 함께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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