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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탄광과 남북 관계 ‘바늘구멍’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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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해저탄광 수몰사고 현장에서 1942년 희생된 노동자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이 발굴돼 공개되고 있다. 우베/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지난해 8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해저탄광 수몰사고 현장에서 1942년 희생된 노동자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이 발굴돼 공개되고 있다. 우베/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홍석재 | 도쿄 특파원





“증조할아버지가 일하던 곳은 조세이탄광이라고 한다.”



박금숙씨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증조부 박석기씨의 한 서린 이야기를 들은 것은 1988년, 어린 시절이었다.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에 있던 조세이탄광에서 일하다 숨졌다.



이 탄광은 해안가 육지 쪽에 사람 두어명 들어갈 갱도 출입구를 만든 뒤, 바다 밑으로 수킬로미터 땅을 뚫어 만든 것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해저에서 식민지 조선에서 건너온 이들과 하층 계급으로 취급되던 가난한 일본인들이 함께 석탄 같은 전쟁 물자를 캐내 군부에 제공하는 일을 했다. 1942년 2월3일 해저 탄광으로 원인 모를 바닷물이 새어 들어왔고, 막장에서 오갈 데 없던 조선인과 일본인 노동자 183명이 비명횡사했다. 증손녀 박씨는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얘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증조할아버지는 강원도 창도군 지석리에서 태어났고 일제 식민지 통치 시기에 왜놈들에 의해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갔다가 갱이 침수되면서 생죽음을 당했다. 그때 증조할머니가 남편의 주검을 내놓으라고 하였지만 일제 놈들은 ‘조선 사람들은 일본을 위해서 일하다가 죽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면서 주검을 돌려주지 않았다.”



1945년 1월, 우베시에서 고향에 돌아온 것은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뿐이었다. 박씨는 “증조할아버지의 유골이 80여년 동안 차디찬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고 하니 정말 너무도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바닷물에 잠겨 있을 증조할아버지의 유골을 상상해 보노라면 가슴이 막 조여든다”며 “일본 당국은 반드시 증조할아버지의 유골뿐 아니라 일본 땅 여기저기에 방치돼 있는 조선인 강제연행 피해자들의 유골을 모두 찾아내어 유가족들에게 꼭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강원도 창도군에 사는 박씨의 사연은 지난해 8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인터뷰 기사가 실리면서 알려졌다. 앞서 조세이탄광 진상을 규명해온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새기는 모임)은 희생자 명부를 찾아내 본적이 북한 쪽인 5명 명단을 지난해 2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인강제연행피해자 유가족협회에 건넸다.



‘새기는 모임’의 30년 넘는 진상 규명 노력으로 최근 2년 전 땅속 깊이 파묻혔던 갱도 위치가 파악됐고, 희생자 유해 일부도 확인됐다. 동시에 84년 전 조세이탄광의 아픈 역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갱도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2024년부터 이 현장을 취재하면서, 한·일 노동자 유해가 함께 있는 조세이탄광을 통해 첨예한 양국 과거사 문제의 실타래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식민지 전쟁의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희생자 유골 디엔에이(DNA) 감정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반갑다. 아울러 이곳에는 지금의 북한 지역 출신 조선인 유해도 잠들어 있다. 디엔에이 검사에서 한·일 국적자가 아닐 경우, 북쪽과 협의를 통해 희생자 유해를 가족 품에 돌려보낼 여지도 있다. 지난해 이 대통령은 꽉 막힌 남북관계에 대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해저 탄광 안에서 어쩌면 남북,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에 뜻밖의 ‘작은 희망의 불빛’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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