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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편집국에서] 네이버클라우드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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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 결과는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15일 LG AI연구원이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1위를 차지하며 포효한 반면 자타공인 대한민국 IT의 맏형이자 AI 주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네이버클라우드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업계가 받은 충격만큼이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곳은 다름 아닌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였다. 네이버와 NC AI가 탈락할 것이라 누가 예상했을까. 그 혼란의 끝에서 즉각 '패자부활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실제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해당 프로젝트의 1차 평가 결과 발표 후 열린 질의응답을 통해 "정예팀 추가 공모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면서 1차 평가에서 탈락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에게 재도전의 길을 열어뒀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평가 자체가 최종 승자를 가려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우리나라 AI 기업들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당초 계획에 없던 제도를 급조해 탈락한 기업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발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누가 봐도 네이버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1차 평가를 시작하기 전 패자부활전을 말했다면 모를까. 이제 와 패자부활전을 말한 것은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네이버 출신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현 정부에 포진한 상태에서 류 차관의 말은 짐짓 위험한 배려로 보인 것이 사실이다. 흥행과 상징성을 모두 놓칠 수 없다는 정부의 조급함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네이버의 반응이다. 정부의 패자부활전 제안에 대해 즉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자체적인 기술 개발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이버의 선택은 매우 현명하고 시의적절했다.


물론 탈락의 원인이 된 '프롬 스크래치(맨바닥 개발)' 논란은 네이버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비전 인코더 부분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기술을 차용했다는 점은 독자적 소버린 AI를 표방하는 정부 과제의 취지에서 볼 때 감점 요인이 분명했다. 효율성을 위한 공학적 선택이었다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기술 독립을 요구하는 심사 기준 앞에서는 변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여기서 정부가 깔아준 멍석인 패자부활전에 들어갔다면 상황은 더욱 구차해졌을 것이다. 이미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탈락이 확정된 마당에 (비록 정부는 부정하지만)특정 기업 구제를 위해 급조된 것으로 여겨지는 제도에 편승해 다시 본선에 오른들 '국가대표 AI'라는 타이틀이 빛날 리 만무하다. 오히려 특혜 시비에 휘말리며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자존심에 생채기만 남길 뻔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한국어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개척하며 구글이나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도 국내 검색 시장을 지켜온 유일무이한 기업이다. 그 상징성과 기술적 저력은 정부 과제 하나 탈락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찜찜한 패자부활전이라는 뒷문 대신, 깨끗한 승복과 독자 노선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은 네이버가 가진 자신감의 방증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불참 선언으로 정부의 체면은 다소 구겨졌을지 모르나 네이버는 '한국 AI의 자존심'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지켜냈다. 정부 지원금이나 타이틀보다는 시장과 사용자에게 인정받는 것이 진짜 실력임을 네이버는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네이버에게 넘어갔다. 정부 인증 마크는 놓쳤지만 네이버에게는 여전히 강력한 기술 인프라와 데이터, 그리고 인재가 있다. 이번 탈락을 예방주사 삼아, 논란이 되었던 기술 종속성 이슈를 말끔히 털어내고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능으로 실력을 증명하면 된다.

네이버는 중간계를 손에 넣으려는 빅테크의 침공에 맞서는 삼별초이자 마지막 보루다. 펠렌노르 평원 전투를 앞두고 위대한 반격의 불꽃을 올린 헬름협곡의 성벽이다. 당당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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