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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터 기술까지 재정비한 SK온, EV·ESS 투트랙으로 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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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현 기자]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SK온이 재무 구조를 정비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 전환과 EV(전기차) 시장 공략, 초격차 기술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법인에 대한 채무보증을 통해 만기 리스크를 해소하며 유동성 숨통을 틔운 데 이어, ESS 전용 라인 전환과 차세대 기술 개발 성과까지 내놓으며 '투트랙 전략'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SK온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SK온


"빚 갚고 유동성 숨통 틔웠다"

15일 공시에 따르면 SK온은 전날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에 대해 1조 7569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보증 기간은 2026년 1월 22일~2029년 1월 22일로 설정됐으며, 이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자기자본(약 16조 2000억원)의 10.8%에 달하는 대규모 결정이다.

조치의 목적은 만기 도래 채무 상황이다. SKBA는 2021년 1월 발행한 7억달러(약 9200억원) 규모의 달러채 만기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었다. SKBA는 이 만기물 상환을 위해 신규 외화채를 추진, 그린본드 발행으로 10억달러(약 1조 4700억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신용 보강을 통해 이자 비용을 절감하고 현금 흐름을 개선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기존 빚을 갚고 남는 3억달러(약 4000억원)의 차익은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ESS 라인 늘리고 EV 파트너십 전략도 '공고히'

재무 안전판을 확보한 SK온을 포함해 배터리 업계가 최근 힘을 싣는 축은 ESS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남는 생산능력을 ESS로 돌리는 방식으로 가동률을 방어하고 동시에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SK온 미국 조지아 SKBA 공장은 기존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공정에 착수했으며 올해 하반기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미국 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과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2026~2030년 최대 7.2GWh 규모까지 공급키로 했다.

최근 업계 이목이 쏠린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의 각자 체제 개편에 대해서도 SK온은 "고정비 절감과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45GWh 규모의 테네시 공장에서 포드 등 다양한 고객사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 공급을 추진해 북미 시장 수익성 중심의 내실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ESS용 라인 전환을 에둘러 시사한 바 있다.

EV 배터리의 경우 통상 6~10년 단위의 장기 공급 계약으로 정책·수요 등에 따른 변동이 큰 반면, ESS 프로젝트는 착공부터 공급까지의 리드타임이 상대적으로 짧고 설치 이후 15~20년간 이어지는 장기 O&M(운영·유지보수) 등 추가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ESS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아직까지 EV 시장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적인 배터리 공급량을 놓고 봤을 때 여전히 EV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LIB 수요(총 1320GWh)에서 전기차용 898GWh, ESS용 307GWh로 EV가 ESS의 약 2.9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ESS가 EV 부진을 완전히 상쇄하기 보다는 버팀목 역할에 가깝고, 결국 EV와 ESS를 양대 축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SK온의 EV 시장에서의 잰걸음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6 현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중국 지리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찾아 파트너십 강화 행보를 보였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EV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해 왔고 차질 없이 올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에서 이 CEO는 "미국 조지아주 JV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예정된 상업생산(SOP)을 위해 현지 상황을 챙기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SK온의 이 같은 행보는 결국 시장 규모의 축인 EV, 수익성 및 변동성의 완충 작용을 하는 ESS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초격차 기술' 불리기

사업 확장과 병행되는 기술적 성과도 독보적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과의 '양적 경쟁'에서,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 배터리 업계의 장점인 '초격차 기술'만이 핵심 전략이라고 입을 모으기 떄문이다.

SK온은 최근 한 달 사이 배터리 업계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 성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연세대 연구팀과 협력해 개발에 성공한 신소재 바인더 'PPMA(전자전도성 고분자)'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실리콘 음극재 부피 팽장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크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300% 이상 부풀어 올라 입자가 파괴되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이번 연구로 입자를 강력하게 결합하면서도 전도성을 높인 신소재를 통해 저압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게 됐다. 이는 2029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갔다는 평가다.

양극재 기술에서도 진전이 이어졌다.

서울대 연구팀과는 고니켈 기반 양극재 에너지밀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해 고성능 EV(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고니켈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안정성 저하 문제를 개선해 고출력·고주행거리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

ESS를 중심으로 SK온이 주력하고 있는 차세대 기술은 '바나듐이온배터리(VIB)'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스탠다드에너지 등 전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단주기 ESS에 적합한 고안전성·고출력 성능의 ESS용 VIB의 성능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이 핵심이다.

안전성을 확보한 배터리 기술에 더해 NCM(니켈코발트망간)과 LFP에 이어 VIB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포석이다.

SK온 연구원이 미래기술원 내 위치한 실험동에서 단방향 각형 셀 전압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SK온

SK온 연구원이 미래기술원 내 위치한 실험동에서 단방향 각형 셀 전압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SK온


국내 리더십 확보 위한 사활

한편 SK온은 오는 16일 마감되는 정부 주도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충남 서산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에 적합한 LFP 배터리 생산 시설로 전환했으며,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술을 적용해 화재 발생 최소 30분 전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ESS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번 2차 입찰은 지난 1차 입찰 당시 평가 비중 중에서 산업·경제 기여도 및 화재·설비 안전성 등이 강화된 만큼 '국내 최대' LFP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과 '안전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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