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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격돌’…공정성 논란 속 제도화 첫 시험대

쿠키뉴스 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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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재검토​
루센트블록 “혁신기업 배제…기득권 특혜”
조각투자 업계 “시장 지연 시 산업 고사 우려”


금융위원회 내부 전경. 쿠키뉴스DB.

금융위원회 내부 전경. 쿠키뉴스DB.



조각투자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사업자 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두 컨소시엄(KDX, NXT)에 대한 예비인가 최종 의결을 앞둔 상황에서, 기존 혁신금융사업자 루센트블록이 “인가 절차의 불공정과 기득권 중심 제도화”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의 불씨가 커졌다. 업계는 이번 사안이 STO 제도화의 첫 관문인 만큼, 향후 한국의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시장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일 예정돼 있던 예비인가 안건 상정을 미루고,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8일 금융위는 증권선물위원회를 열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금융투자업 예비인가 신청 건을 심사한 끝에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KDX)’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컨소시엄(NXT)’을 통과시켰다.

​조각투자(STO, Security Token Offering)는 미술품·음원·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소액 투자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이 중 장외거래소란, 이러한 조각 형태의 증권을 투자자 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연결하는 유통시장이다.

기존엔 조각투자 플랫폼이 자체 거래 기능을 갖췄지만, 제도권 내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증권 거래의 안정성과 공정성이 확보된 별도의 STO 전용 장외거래소를 인가받아야만 합법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24년을 기점으로 STO 유통시장 제도화를 추진하며, 국내 3개 컨소시엄(KDX, NXT, 루센트블록) 가운데 최대 2곳에 예비인가를 부여할 예정이었다.

KDX 최대주주는 키움증권·교보생명·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사다. NXT 컨소시엄은 넥스트레이드가 주도하며 뮤직카우·신한투자증권·아이앤에프컨설팅·유진투자증권·하나증권·한양증권 등이 참여했다. 루센트블록은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최대주주이며, 한국사우스폴벤처투자펀드3호, 하나비욘드파이낸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설명하고 있다. 루센트블록 제공.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설명하고 있다. 루센트블록 제공.



루센트블록 “혁신기업 배제…기득권 특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예비인가 발표(14일)를 앞둔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가 과정에서 △기득권 특혜 △불공정한 인가 절차 △기술 탈취 등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허 대표는 “4년간 혁신금융서비스로 검증된 사업자가 제도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은 납득 불가”라며 공정성 재점검을 촉구했다. 이어 “기득권 금융기관에 유리한 경쟁 방식이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취지와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2018년 금융위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STO 서비스 ‘소유(SOYOU)’를 통해 약 50만명의 이용자와 누적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발행·유통해왔다. 따라서 혁신금융지원특별법의 취지 ‘혁신기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호조항’ 과도 맞지 않는 정책 후퇴라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공적 성격을 지닌 KDX와 NXT 둘 중 하나와 벤처회사인 루센트블록이 선정될 가능성을 가장 크게 봤던 게 사실”이라면서 “결과가 의아하긴 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장외거래소 사업자 인가를 눈앞에 뒀던 NXT와 KDX 컨소시엄은 루센트블록의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루센트블록의 주장에 대해 NXT 측은 “당국에서 공청회와 설명회를 여러 번 실시하는 등 모든 절차는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선을 그었다.

NXT와 함께 예비인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거래소·코스콤(KDX) 컨소시엄 역시 “금융위의 평가는 이미 명확한 외부평가위원회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루센트블록은 NXT가 투자 검토 명목으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뒤 재무정보·주주 명부·사업계획·핵심기술 자료 등의 민감한 내부 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경쟁인가 절차에 활용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NXT 측은 “루센트블록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심사에 활용할 만큼의 기밀정보가 아니었다”며 “루센트블록과의 협력 약속은 없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루센트블록은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NXT와 KDX 컨소시엄을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국 STO 투자자 보호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과 유통을 분리, 장외거래 중개업자를 신설한다. 금융위원회 제공.

한국 STO 투자자 보호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과 유통을 분리, 장외거래 중개업자를 신설한다. 금융위원회 제공.



조각투자 업계 “시장 지연 시 산업 고사 우려”

뮤직카우를 비롯한 조각투자 업계는 심사 지연으로 인해 시장 출범이 늦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뮤직카우는 NXT 컨소시엄의 핵심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국내 조각투자 시장의 70% 이상 거래를 차지하고 있다.

뮤직카우는 “한 기업의 이의 제기로 제도화 일정이 지연된다면 전체 혁신사업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조각투자 시장이 하루라도 빨리 개설돼야 산업 전체가 고사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조각투자 유통시장 인가는 대한민국 디지털금융 생태계의 핵심 기반”이라며 조속한 결정과 제도화 추진을 촉구했다. 협회는 “심사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심리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아직 결론이 내려진 사안은 없다”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두 컨소시엄을 심의했지만, 금융위 본회의에서 논의를 미루면서 향후 일정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인가 경쟁을 넘어 혁신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이 충돌한 첫 사례”라면서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한국 STO 시장의 제도적 신뢰성과 경쟁 구도가 향후 수년간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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