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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 전략산업을 정치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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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길 기자]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타 지역 이전 주장'은 국가 전략산업을 얼마나 가볍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정책도, 경제 논리도 아닌 철저히 정치 계산에 기반한 무책임한 주장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사업이 아니다. 부지 확보부터 전력·용수 공급, 교통·물류 인프라, 전문 인력 수급과 정주 여건까지 수년에 걸친 검토와 준비 끝에 결정된 국가 핵심 전략사업이다. 착공에 들어간 국가 전략사업의 입지를 정치적 구호로 흔드는 것은 국가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국가 정책이 이렇게 쉽게 뒤집힌다면, 어느 기업이 대한민국을 믿고 장기 투자를 결단할 수 있겠는가.

반도체 산업은 속도와 집적, 그리고 생태계가 생명이다. 수천 개의 협력 기업과 연구 인프라, 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이미 형성되고 있는 산업 생태계를 정치적 명분으로 분산시키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 경제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주장이 지역 갈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지역을 나누는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책임의 영역이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발전은 또 다른 지역의 국가 전략사업을 흔드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다. 각 지역은 각자의 강점과 여건에 맞는 산업 전략으로 상생해야 한다.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전략산업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이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환경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다.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기업은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책임 있는 정치의 역할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흔들려서는 안 되고, 흔들어서도 안 된다. 국가 전략산업은 정치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세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 무게를 잊는 순간, 국가의 경쟁력 또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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