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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vs 담배회사 500억원대 담배소송, 대법원까지 간다

이데일리 양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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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2심서 또 패소
재판부 “흡연·폐암 인과관계 인정할 수 없어”
건보공단 “과학·법 괴리…대법원 판단 받겠다"
의료계 “흡연 위험성 약화 신호 줄 것" 우려
[이데일리 양지윤 이지은 안치영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흡연과 폐암 발병 인과관계와 담배의 설계상·표시상 결함,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성 등을 축소·은폐했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과학과 법의 괴리가 크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 담배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시내 편의점에 담배 진열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편의점에 담배 진열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단, 2심서 또 패소…재판부 “흡연·폐암 인과관계 인정할 수 없어

서울고등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박해빈)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033780)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로 직접 손해를 입었다며 공단이 직접 배상을 요구한 부분과 흡연 피해자들에게 공단이 대신 지급한 치료비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한 부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단의 보험급여 지출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예정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담배회사들의 행위와 보험급여 지출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담배 회사들이 니코틴 함량을 줄이지 않거나, 특정 첨가제를 투입하고 천공 필터를 도입한 것 등이 설계상 결함에 해당한다는 건보공단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흡연과 폐암 발병의 인과관계에 대해선 ‘개인이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양자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개연성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흡연과 폐암 사이 개연성을 인정하려면 개인이 흡연한 시기, 흡연 기간, 폐암 발생 시기, 건강 상태, 생활 습관, 가족력 등의 사정을 따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위해성과 의존성 등을 담뱃갑에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재판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미 흡연의 위험성과 중독성은 오랜 기간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져 왔을 뿐만 아니라 현행 경고 표시 수준도 낮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담배 회사들이 중독을 유도했다며 니코틴 함량을 줄인 담배를 제조해야 한다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흡연자에 따라 니코틴 흡입량이 달라질 수 있어 의존성이 생기지 않는 함량 설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환자들이 흡연을 시작한 1960~1970년대에는 담뱃갑 경고 문구가 지금보다 미미했고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은 “오래 전부터 담배 유해성과 중독성을 경고했다”고 봤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패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패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보공단 “대법원 가겠다”…의료계 “흡연 위험성 약화 신호 줄 것”

건보공단은 재판부의 판단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항소심 선고 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한탄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를 피우면 100%는 아니지만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 진실”이라며 “고혈압과 당뇨 등은 모두 담배가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담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헌법에 명시한 건강추구권과 사회적 기본권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각오로 전략을 보완해 제대로 한번 싸워보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흡연의 위험성을 약화시키고 사회 전반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열 대한금연학회 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흡연과 폐암, 후두암의 인과관계는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입증된 사안”이라며 “이번 판결이 흡연의 위험성을 약화시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총 533억여원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533억원은 1960~1970년대부터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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