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30주년 기념 앤솔러지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중 김도영 감독의 ‘엎어질 조짐’. 씨제이이엔엠 제공 |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탈주’ 이종필 감독, ‘만약에 우리’ 김도영 감독, ‘69세’ 임선애 감독, ‘연애 빠진 로맨스’ 정가영 감독. 이들의 공통점은? 요즘 가장 바쁜 감독들이자 한국 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연출자들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에서 공부한 동문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한예종 영상원 개교 30주년을 맞아 이곳과 인연을 맺은 감독들이 뭉쳤다. 30명이 3분짜리 초단편으로 제작한 30편을 묶은 앤솔러지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뒤 14일 개봉했다.
전체 구성의 문을 여는 건 배우 정유미로, 6년째 같은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감독으로 등장한다. 안경이 떨어져 깨지고, 갑자기 코피가 나면서 “조짐이 안 좋아”라고 독백하던 감독에게 제작자의 호출이 온다. 김도영 감독의 ‘엎어질 조짐’인데, 정유미는 김 감독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30주년 기념 앤솔러지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중 임선애 감독의 ‘껌이지’. 씨제이이엔엠 제공 |
감독들은 ‘30’ 또는 ‘전조·조짐’이라는 키워드로 작품을 만들었다. 임선애 감독의 ‘껌이지’는 꼬인 연애사로 머릿속이 복잡한 감독(전혜진)과 배우(기주봉)의 대화를 통해 연애와 영화에 대한 공통된 감정을 ‘껌’이라는 은유로 표현했다. 표제작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정가영 감독)은 영화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한 동료에게 “30번 생각해봤어? 영화 찍다가 각혈하거나 맹장 터진 적 있어? 영화제에 네 영화 틀었는데 너무 형편없어서 관객에게 구타당한 적 있어?”라고 속사포처럼 퍼붓는 두 사람의 대화를 비춘다. 영화를 완성하기까지의 어려움과 불안, 그럼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애정이 모든 작품에 듬뿍 배어나온다. 배우 김수안이 홀로 화면 가득히 등장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 연기를 하루 종일 30테이크 넘게 찍으며 고생하는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간 ‘만감이 교차한다’는 윤가은 감독의 작품. 윤 감독은 “여전히 뭣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만드는 일은 참 기묘하고 즐거운, 대체 불가의 강력한 놀이임에는 분명하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30주년 기념 앤솔러지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중 윤가은 감독의 ‘만감이 교차한다’. 씨제이이엔엠 제공 |
한양대, 중앙대 등 전통의 연극영화과 강자 학교들 사이에서 한예종 영상원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교수진으로 구성하며 감독 지망생들이 첫손에 꼽는 학교로 자리 잡았다. 미대를 나온 뒤 촬영 현장 스토리보드 작가로 일하던 임선애 감독이 2009년 영상원 전문사 과정에 들어간 것도 이창동 감독이 당시 교수로 있었기 때문. 임 감독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업에서 이창동 감독님이 ‘너희는 왜 절망하지 않냐’고 말씀하셨을 때 머리를 망치로 맞는 기분이었다”며 “이런 이야기로 인해 내 이야기가 부끄럽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예종과 제작사 아토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씨제이이엔엠(CJ ENM)이 손잡으면서 완성됐다. 김성현 씨제이이엔엠 피디는 “오래전 한예종과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의 협업으로 ‘영주’ 같은 작품들을 완성했는데, 그 명맥이 끊겼다”며 “이번 협업을 계기로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한 산학협력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은 전체 30편을 ‘예열’ ‘심연’ ‘폭발’이라는 부제로 10개씩 3부작으로 나눠 씨지브이 20개관에서 매주 한편씩 공개한다. 관람료는 3천원. 2월4일부터는 전체 30개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합본 상영을 할 예정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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