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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데스크 칼럼] 금리정책에 등판한 두 인물

아주경제 서혜승 AJP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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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겉으로 보면 익숙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번 통화정책 회의는 숫자보다 장면이 오래 남는다. 기준금리는 멈춰 섰지만, 정책의 초점은 분명히 이동했다. 중심에 선 것은 금리가 아니라 원화 약세였다.

그리고 그 원화 약세를 둘러싸고, 통상적인 통화정책 무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두 인물이 등장했다. 한 명은 워싱턴에서, 다른 한 명은 서울에서였다. 이들의 등장은 이번 금리 결정이 단순한 경기 판단을 넘어, 재정과 통화정책 전반을 가로지르는 문제로 확장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 재무장관이 공개 발언을 통해 “원화의 약세가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과 맞지 않는다”고 언급한 장면은 이례적이었다. 환율은 원칙적으로 시장의 언어이지 외교의 언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워싱턴이 특정 국가의 통화를 직접 거론했다는 사실은, 원화 약세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정책적 신호로 읽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에서는 또 다른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기준금리 결정 직후 브리핑에 나서 M2 통화지표와 금융구조 차이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론을 폈다. 기준금리 결정 직후, 부총재급 인사가 직접 정책 방어에 나서는 일 역시 흔치 않다.

이 두 장면은 우연이 아니다. 원화 약세가 이제 통화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재정과 통화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은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며 환율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기준금리는 멈췄지만, 정책 판단의 중심은 성장률이나 물가가 아니라 환율 안정으로 이동했다.


원화가 더 떨어질 경우 수입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 위험이 동시에 커진다. 이는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은행은 2,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라는 구조적 제약에 묶여 있다. 금리를 조금만 더 올려도 금융시장과 부동산, 소비 전반에 충격이 번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다시 내릴 여지도 거의 사라졌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일 금리차 확대를 통해 원화 약세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통화정책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아예 삭제한 것은 이런 인식의 반영이다. 지난 회의에서 갈렸던 금통위원들의 판단이 이번에는 전원 일치로 모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원화는 한국은행의 정책 선택지를 가로막는 경계선이 되었다.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지점에서 기준금리는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유동성 책임론’은 박 부총재보의 등판을 불러왔다. 통화 완화가 원화 약세를 구조적으로 초래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M2 증가율은 수년째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의 높은 M2 비율로 환율 약세를 설명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은행 중심 금융 구조를 가진 아시아 국가를 자본시장 중심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통계적 착시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장면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원화 약세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정 정책, 해외 투자 흐름, 글로벌 통화 환경,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워싱턴의 재무장관이 등장했고, 서울의 부총재보가 정책 무대에 올라섰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단순한 정책 정지가 아니다. 원화 약세라는 신호가 통화정책의 언어를 바꾸고, 정책 무대의 출연자를 바꾸고 있다는 징후다. 금리는 숫자이지만, 환율은 메시지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이제 통화정책을 넘어 재정과 산업, 금융 전반을 향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멈췄다. 그러나 원화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질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답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주재   2026.1.15 [공동취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주재 2026.1.15 [공동취재]



아주경제=서혜승 AJP 편집국장 ellensh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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