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일요시사 언론사 이미지

<사설> 장동혁과 한동훈이 버린 정당 민주주의

일요시사
원문보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고성준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고성준 기자


정치는 책임의 예술이자 소통의 과정이다. 특히 공당의 결정에 의문이 제기됐을 경우, 성실히 답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당원의 기본적 책무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벌어지는 장동혁 대표의 ‘재심 소명’ 제안과 한동훈 전 대표의 ‘소명 거부’ 행보는 보수 정당이 지향해야 할 책임 정치의 본령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한쪽은 알량한 절차적 과정으로 본질을 흐리고, 다른 한쪽은 침묵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의 제명 처리에 대해 “재심 기간까지 최고위원회 징계 의결을 하지 않겠다”며 공정성 논란을 피했다. 얼핏 보면 한 전 대표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관용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책임 회피를 위한 정교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재심이 의미를 가지려면 우선 선행된 결정의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떤 기준에서 미달했는지를 알아야 소명도 가능하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 14일, 가족 명의의 조직적인 비방, 여론 왜곡, 증거인멸의 우려 등 당원게시판을 통한 여론조작 및 업무 방해를 이유로 제명을 의결했다.

윤리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1400여개의 글을 특정 IP에서 게시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또 이 같은 행동으로 한 전 대표가 당의 위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해당행위를 저질렀으며 ‘직업윤리 및 신의성실 위반’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전날(14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리위가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제(12일) 저녁 무렵 모르는 번호로 (13일 출석 요청) 문자메시지가 왔고 그걸 확인한 건 어제(13일)였다”며 “통상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해선 일주일 내지는 5일 전에는 (연락을) 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하루 전에 얘기해놓고 다음 날 나오라고 하고, 그다음 날에 바로 제명을 결정했는데 이는 심각한 절차적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윤리위가 절차적으로 소명 기회를 줬다고 밝혔지만 한 전 대표 입장에선 정당하지 않은 절차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제안한 재심은 “우리는 절차를 다 지켰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통과 의례일 뿐이다. 그는 “재심 기간까지는 결정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다시 공을 한 전 대표에게로 넘긴 셈이다. 한 전 대표가 재심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논란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윤리위 결정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맞춘 요식행위 같은 것 아니겠나? 어제 냈던 핵심 내용을 두 번에 걸쳐서 계속 바꾸면서도 제명한 것은 이미 답을 정해놓은 상태 아니겠느냐?”며 “그런 윤리위에 재심을 신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게 재심이라는 기회를 주기 전에 앞서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먼저 설명했어야 했다.

책임 회피 위한 정교한 알리바이?
한, 침묵과 오만이 부른 소통 단절


더 심각한 것은 한 전 대표의 태도다. 그는 당내의 의혹 제기나 소명 요구에 대해 극도로 인색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랐다”거나 “재심을 신청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대단히 소극적이다.


한 전 대표는 본인은 오류가 없다는 확신에 차 있는 듯하지만 정당은 검찰 조직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충돌하는 용광로며, 그 속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동력은 끊임없는 설명과 설득이다. 동료 당원들의 합리적인 의구심을 소음이나 구태로 치부하며 소명을 거부하는 것은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오만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장 대표의 절차주의와 한 전 대표의 무소불위식 리더십은 기묘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제 1야당 대표가 재심이라는 이름의 ‘가짜 출구’를 만들어 놓으면, 한 전 대표는 그 위에서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들이 입을 모아 찬양하는 시스템은 사실 책임자들이 숨기 좋은 거대한 방패막이가 돼버렸다.

보수 정당의 핵심 가치는 법치와 절차, 그리고 결과에 대한 승복이다.

승복은 과정의 투명성이 담보될 때만 가능하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은 단순히 현 대표와 전 대표의 몽니가 아니다. 지도부가 스스로 세운 원칙을 편의에 따라 해석하고, 그에 대한 소명 요구를 묵살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이다.

장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정치는 법전 속 조항을 해석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재심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한 전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엔 아랑곳하지 않은 장 대표의 가벼움과, 당원들의 물음에 입을 닫아버린 한 전 대표의 무거움 모두 정당 지도자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두 사람은 떳떳하게 국민 앞으로 걸어 나와야 한다. 장 대표는 재심의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 전 대표는 제명 결정에 대해 무엇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당당히 소명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져가는 당내 민주주의를 살리고, 보수 정당이 국민 앞에 최소한의 염치를 지키는 길이다.

침묵은 금이 아니며, 때로는 가장 비겁한 독단일 뿐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을 향한 가장 뼈아픈 질문에 답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직 한 전 대표의 소명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재심 청구 기간은 10일 이내로 오는 23일까지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병기 금고 행방
    김병기 금고 행방
  2. 2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3. 3울산 웨일즈 변상권 김도규
    울산 웨일즈 변상권 김도규
  4. 4워니 더블더블
    워니 더블더블
  5. 5안세영 인도 오픈 8강
    안세영 인도 오픈 8강

일요시사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