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나오고 있다. 연일 고점을 높이며 1480원 선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이례적인 구두 개입에 1460원선으로 후퇴했다. 2026.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1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공개적으로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견조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성장률, 경상수지, 금융시스템 안정성, 외환유동성 등 주요 지표를 종합할 때 지금의 환율 수준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재무부가 구두 개입한 직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원화를 매수했고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 듯 보였다.
그러나 15일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자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5원 내린 1465.0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베센트 발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을 '달러 저점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자 장중 1470원대까지 상승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하락한 1469.7원으로 마감했지만 베센트 장관의 이례적 구두개입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는 서울 외환 시장 참여자들이 정작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 매수 흐름을 만들고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러한 기대가 또 다른 달러 매수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고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결국 베선트 장관의 구두개입은 단기간 효과로 제약될 전망이다. 이날 베센트의 개입에도 보여준 시장의 굳건한 상승 기대가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현재 고환율 상황을 경제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적 쏠림과 기대가 실제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미국 재무당국 역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흔들렸다고 보지 않는다.
정부는 국내 투자자들의 원/달러 환율 상승 기대감이 실제 한국 펀더멘털과 괴리가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둔화 국면을 지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8월 발표보다 0.2%포인트 상향된 2.0%다.
경상수지도 올해 역대 최대 흑자가 예상된다. 외환이 부족해 환율이 급등하는 전통적인 위기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 자본수지 역시 외국인 자금이 일방적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는 아니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진다. '대미 투자 200억 달러' 역시 일시에 집행되는 구조가 아니라 외환시장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한다.
정부는 최근 환율 수준을 두고 외환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시각에 강하게 선을 긋는다. 달러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외환위기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현물시장뿐 아니라 은행 간 달러 자금시장에서도 달러는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를 잠재우는 것이다. 이 같은 심리적 쏠림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와 실질소득, 기업 비용 구조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환율이 경제 신호가 아닌 불안 증폭 장치가 되면 시장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
정부는 과도한 환율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서학개미의 국내 투자 전환시 세제 지원, 국민연금 관련 프레임워크 개편 등을 준비 중이다. 환율 대책이 먹히지 않을 경우 거시건전성 차원의 추가 옵션도 열어두고 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세종=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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