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美와 中 블록으로 쪼개지는 세계...누가 우위 점할까

조선일보 서유근 기자
원문보기
[WEEKLY BIZ] [Cover Story] ‘분열의 시대’ 저자 닐 셰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분열의 시작은 트럼프 이전, 시진핑 집권부터”
“美진영 우위지만 결속력 유지가 관건”
“韓, 중립 유지 어려울 것”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앞으로 세계 각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미국 진영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 경제 분석 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 닐 셰어링(Neil Shearing)은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이미 선택의 문제에 당면해 있다.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국제 문제에서 중국 편에 설 것을 압박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재집권한 이후 줄곧 미국 편에 설 것을 요구해왔다.

강대국의 압박은 말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이달 초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감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고, 중국은 연말·연초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훈련을 재개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도 지난해 트럼프발(發) 관세와 대(對)중국 제재,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보복 조치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미·중 G2가 힘을 과시하는 사이, 나머지 국가들은 어느 편에 설지 더욱 꼼꼼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세계는 다시 보호무역과 진영 대결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일까. 세계화는 결국 종말을 맞게 될까. 하지만 셰어링의 진단은 다르다. 그는 세계가 겪는 변화의 본질을 ‘탈(脫)세계화’가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이 촉발한 ‘분열’로 규정한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WEEKLY BIZ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유근 기자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WEEKLY BIZ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유근 기자


셰어링은 지난해 내놓은 책 ‘분열의 시대(The Fractured Age)’에서 미·중 지정학 경쟁이 글로벌 경제의 지도를 어떻게 갈라놓는지를 추적했다. 이 책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2025년 경제 분야 최고의 책’ 리스트에도 올랐다. 세계 각국의 본격적 ‘줄 서기’가 시작된 지금, WEEKLY BIZ는 셰어링에게 세계 경제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갈라지고 있는지, 결국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전망을 들어봤다.

◇“분열의 시대일 뿐, 세계화 종말 아냐”

-분열의 시대, 탈세계화와 다른가.


“트럼프 1기 정부 때 미국은 중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보복 관세를 시행했다. 이런 조치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다른 국가로 확산되며 정치권과 언론 등에 보호무역 시대로 되돌아가는 탈세계화로 접어든다는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데이터에 나타난 수치는 탈세계화를 가리키지 않는다. 우리가 글로벌 무역 흐름을 분석해본 결과, 최근 세계 교역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글로벌 자본 이동도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고, 이민을 비롯한 인적 이동 역시 매우 활발했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셰어링은 교역량과 외국인직접투자(FDI), 달러 영향력, 핵심 기술 표준, UN 투표 행태 같은 외교 관계 등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국을 미국 진영, 중국 진영, 비동맹으로 분류했다. 미국 진영은 독일·일본·영국·캐나다·프랑스·한국 등 50국이 속해 있으며, 중국 진영은 러시아·이란·북한·베네수엘라 등 31국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나.


“무역 규모보다는 경로가 변화하고 있다. 미·중 양자 간 교역은 크게 위축돼 최근 15년 새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동시에 미국 동맹국 간 교역은 늘어나고, 중국 동맹국 간 교역도 확대되고 있다. 분석을 거듭할수록 지난 15년간 글로벌 경제를 규정하는 핵심 변화는 탈세계화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 간 경쟁의 심화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점점 분리되기 시작하며 다른 국가들 역시 미·중 사이에서 점차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압박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게 핵심이다. 과거엔 글로벌 GDP 대비 무역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됐지만, 앞으로 전체 교역량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하되, 두 진영 사이의 교역은 다소 줄어드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구체적인 사례는.

“미국의 휴대전화 조달 구조 변화가 대표적 사례다. 2020년만 해도 미국에 공급되는 휴대전화의 최대 생산국은 단연 중국(약 60%)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크게 달라져 인도가 가장 큰 공급국이 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다섯 대 중 한 대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분절이 글로벌 공급망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분열의 계기는.

“나는 오늘날 미·중 분열의 기원을 2016년 트럼프의 등장이 아니라 2012년 시진핑이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된 시점으로 본다. 시진핑 등장 전에 벌어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화는 더 이상 ‘번영의 공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위기 이후 부진한 회복 속에서 미국 사회에 쌓인 불만은 세계화를 향해 집중됐다. 이런 환경 속에서 태평양 건너 중국에서 출범한 시진핑 체제는 국내적으로는 권력 집중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면서 미·중 간 블록화와 분열이 본격화됐다. 따라서 2025년의 트럼프 현상(관세 전쟁 등)은 긴장을 촉발하는 원인이라기보다 분열의 결과물이다.“

-분열은 글로벌 생산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양 진영이 실제 충돌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대만을 둘러싼 충돌로 인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공급망이 차질을 빚는다면, 글로벌 GDP의 최대 10%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미국 동맹의 우위, 다만...”

-분열의 시대, 누가 승리할까.

“미국은 이 분열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진영은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크고, 경제 구조 역시 훨씬 다양하다. 미국의 동맹국으로는 한국·일본·대만 등 첨단 기술 국가부터 멕시코 같은 저비용 제조국,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에너지·원자재 생산국, 전통 제조 강국인 독일과 지식 기반 경제인 영국까지 폭넓게 포함돼 있다. 반면 중국 진영의 경우, 경제 구조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진영이 분절화 시대에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실제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분석에 따르면 미국 진영의 GDP 총합(2024년 기준)은 68%, 중국 진영은 26%에 그친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도 미국 진영(50%)이 중국 진영(32%)을 압도한다. 이 같은 이유로 셰어링은 미국 진영의 우세를 점치며 “세계 경제가 분열될 경우, 중국이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더 큰 손실을 입는 이유는.

“중국의 문제는 자국이 속한 진영에서 스스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역할을 분담하는 반면, 중국은 첨단 기술·산업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 사실상 대부분의 부담을 자기가 떠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최근 중국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른데.

“중국은 최근 2년간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며 미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경쟁이 가능했던 배경엔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있다. 중국이 산업 부문에 투입하는 정부 보조금 규모는 GDP의 약 5%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보조금이 중국이 글로벌 기술 최전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를 보는 비효율적인 기업들까지 장기간 떠받치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중국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가율을 낮추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 분열의 징후가 먼저 나타날까.

“대부분의 영역에서 나타나겠지만, 가장 먼저 강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첨단 기술과 관련된 영역일 것이다. 특히 국가 안보·기술 경쟁과 직결된 영역이 우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이러한 분절화가 나타나고 있고, 배터리 기술을 둘러싼 분절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본다. 드론처럼 민간과 군사적 용도를 동시에 지닌 제품들 역시 주요 분절화 대상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어떤 의미를 갖나.

“이번 개입은 미국의 주변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며, 지정학적 관계 관리 측면에서 보다 노골적 접근 방식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에 더욱 우호적인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이는 세계 ‘분열 지도’에서 주요 원자재 생산국의 무게 중심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미국 진영의 전략적 우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 라스트 될 수도”

셰어링은 ‘분열의 시대’에 미국 진영의 우위를 전망하면서도 “조건이 있다”며 단서를 달았다.

-그 조건이 뭔가.

“미국 진영의 결속력 유지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를 보면, 세계의 주요 첨단 기술은 중국 또는 미국과 그 동맹국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결속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반대로 미국 진영이 내부적으로 분열되고, 미국이 동맹국들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 분절화가 초래하는 경제적 비용은 오히려 미국에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는 결국 아메리카 라스트(America Last·미국의 패권 상실)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진영 내 분열을 촉발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 우선주의와 강화된 고립주의, 그리고 전통적인 동맹국들에 대한 보다 공격적인 태도가 미국 쪽으로 기울던 국가들을 중국 쪽으로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인도에 부과한 관세는 인도 정부 입장에서 충분히 반발할 만한 조치였다. 이런 움직임을 근거로 우리는 최근 인도를 미국 진영에 가까운 쪽에서 미·중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했다. 베네수엘라 사태 당시 군사 작전 방식도 유럽과 캐나다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한 사례다. 미국이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국 진영 내부에서 분열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진영의 분열로 중국 진영이 패권을 잡을 수도 있나.

“중국이 세계 질서 형성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일부 신흥국 지역에서 존재할 수 있지만, 선진국 전반으로까지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인도가 중국과 더 가까워진다고 해서 유럽연합(EU)까지 중국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유럽은 여전히 중국의 법치, 민주주의, 가치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향후 국가들은 미·중 어느 쪽으로 기울까.

“국익에 따라 두 강대국과의 관계를 조정하려 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유인은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안보·방위 우산에 편입된다는 점은 여전히 많은 국가에 중요한 요소이며,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매우 강력한 매력 요소다.

반면 중국은 스스로를 보다 개방적인 자유무역 질서의 중심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무역 협정은 중국의 조건에 따라 설계돼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나 기술 이전, 국가 보조금 문제와 같은 핵심 쟁점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중국에 유리한 거래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이다."

-이 분열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냉전 시기와 유사한 형태의 공존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두 진영은 일부 영역에서는 계속해서 교역을 이어갈 것이고, 금융 측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자금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는 보다 분명한 단절이 나타날 것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영역에서는 두 진영 간 분리가 훨씬 더 뚜렷해질 수 있다.”

◇“한국, 미·중 사이 줄타기 불가능"

-한국이 미·중 사이 중립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렵다. 결국 미국이 한국에 대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요구하거나 강제하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기술 분야 일부에선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긴밀히 연결된 국가의 경우, 핵심 기술 분야에서 완전한 중립을 유지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반도체가 대표적 사례다.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점차 재편되고 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대만뿐 아니라 한국, 일본, 네덜란드까지 강한 압박이 가해졌다.”

-미·중 갈등 심화 상황에서 한국의 가장 큰 위험과 기회는?

“가장 큰 위험은 역내 분쟁이며, 가장 큰 기회는 미국과 연계해 아시아의 기술 허브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국은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지만, 중국과도 경제적 관계가 깊다는 현실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질문이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전략적으로 중요하거나 민감한 분야에서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되,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무역과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캐피털이코노믹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캐피털이코노믹스


최신 글로벌 경제 트렌드를 담은 WEEKLY BIZ 뉴스레터로 당신의 시야를 넓히세요.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서유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2. 2김병기 금고 추적
    김병기 금고 추적
  3. 3김병기 금고 행방 추적
    김병기 금고 행방 추적
  4. 4박나래 전 매니저 고소
    박나래 전 매니저 고소
  5. 5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