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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카이치 트레이드' 마지막 불꽃인가 진짜 리셋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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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연초 이른바 '다카이치 트레이드(Takaichi Trade)'가 일본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사상 처음 5만4000선을 넘어서는 사이 엔화는 1달러 당 160엔에 근접하는 약세를 보이고, 일본 국채 금리는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치솟았다.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한 데이터 및 보고서 분석에서는 투자자들이 다카이치 시나에 일본 총리가 제시한 정치, 경제 밑그림이 마지막 불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구조 개편인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숫자로 드러난 새 질서 = 최근 닛케이225는 장중 5만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재팬 타임스와 교도통신은 이번 랠리가 기업 실적 개선과 엔저, 그리고 다카이치 내각이 내놓은 공격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겹친 결과라고 전한다.​

같은 시기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59엔 부근까지 밀리며 2022~2024년 당국 개입 레벨에 다시 근접했다. 로이터는 이 상황을 "turbocharged Takaichi trade(터보 엔진을 단 다카이치 트레이드)"라고 표현하며,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와 일본 주식 랠리에 동시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2%를 넘어서며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장기물에서는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미국 보수 싱크탱크 AEI는 "일본 국채시장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평온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주식 급등과 엔저, JGB 금리 급등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 조합 자체가 과거 일본과는 다른 질서를 시사한다.​


정치가 만드는 매크로 조합 = AI 도구를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주요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다카이치 트레이드를 '일본 주식을 매수하고, 엔화와 국채를 매도하는 조합의 베팅'으로 설명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조기 총선 카드와 공격적 재정 확대를 시사하자 시장은 이를 자민당의 승리 가능성과 재정지출 확대, 완화 기조 유지 기대라는 하나의 서사로 엮어 내렸다.​

투자자들이 그리는 인과관계는 비교적 명확하다. 조기 총선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지키고 다카이치 내각이 힘을 얻으면 방위비와 산업정책, 임금지원 등 대규모 재정지출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BOJ)이 급격한 긴축 대신 완화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그 결과 수출과 금융, 방산, 인프라 관련 일본 주식은 상승 여력을 얻게 된다.

반면 엔화는 금리 격차 확대 기대 속에 약세 압력을 받고, 장기 국채는 재정 악화 우려로 금리가 오​를 여지가 높다.


과거에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이 일본 시장의 최상위 변수였다면 지금은 총리의 정치 일정과 재정 방향이 시장의 '마스터 키'로 부상했다는 점이 새 질서의 첫 번째 특징이다.​

다시 매크로 플레이의 중심 무대에 오른 일본 = 다카이치 트레이드를 계기로 일본은 글로벌 매크로 자금의 핵심 무대로 다시 떠올랐다.

로이터의 모닝 비드(Morning Bid)는 "일본이 다시 한 번 전 세계 매크로 투자자의 레이더 중앙에 섰다"고 평가하면서, 여러 헤지펀드가 일본 주식을 사고 엔화와 JGB를 동시에 숏하는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고 전한다.​


CNBC는 닛케이의 사상 최고 경신과 함께 외국인 순매수가 재개되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일본 비중을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자금 흐름 속에서 일본은 더 이상 '저성장·저금리·엔 캐리 트레이드의 변방'이 아니라 정책 드라이브와 엔저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매크로 테마로 재인식되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아시아 타임스(Asia Times)는 2025년 기사에서 이미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일본 부활에 대한 신념을 드러내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하며,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리쇼어링, 방위산업 확대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일본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정체된 노령 경제에서 성장률과 자본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의 실험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엔저와 재정 팽창의 그림자 = 새 질서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이다. 특히 국채와 통화 쪽에서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와 여러 IB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 부채는 이미 GDP의 260%를 넘고 있으며, 여기에 추가적인 재정지출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 이자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10년물 JGB 수익률이 2%를 돌파한 것은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수십 년간 제로 금리와 수익률곡선통제(YCC)에 익숙해 있던 국채 시장이 이제 정상적인 가격 발견을 강요받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수익률이 더 올라가면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의 회계와 규제 비율에 부담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재정 여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통화시장에서도 긴장감은 높다. 엔화가 160엔 선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경우 2022년과 2024년처럼 일본 재무성이 단독 또는 G7 공조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지금까지의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거꾸로 되감기며 엔화 급등과 일본 주식 조정, 국채 반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역전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새 질서가 만들어낸 고수익 기회 뒤에는 구조적 리스크가 동시에 누적되고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 불꽃 VS 진짜 리셋 = 일본 내부에서도 다카이치식 새 질서에 대한 평가는 뚜렷하게 갈린다. 교도통신과 NHK는 여권 내 강경 재정 확대파와 재무성·BOJ 출신 온건파 사이의 긴장관계를 전하며, 이번 조기 총선이 단순한 권력 연장이 아니라 재정·통화 운용 방향을 둘러싼 일종의 국민투표 성격을 띤다고 전했다.​

지지자들은 다카이치 내각이 방위비 증액과 산업정책, 임금 인상 압박을 통해 잃어버린 30년을 끝낼 마지막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논리는 일본이 이미 디플레이션 함정을 벗어났고 재정지출과 임금 상승, 리쇼어링 투자를 결합하면 잠재성장률을 1%대에서 2%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엔저와 인플레이션은 감내 가능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부채와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할 때 지금의 재정·통화 조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이들은 BOJ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제어하기 위해 결국 더 빠른 금리 인상과 보유 채권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그 순간 현재의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역풍으로 돌아와 일본 자산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 질서는 일본의 부활을 여는 문이 될 수도 있지만, 또 한 번의 정책 주도형 버블로 끝날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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