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pixabay |
인공지능(AI)은 실험 설계부터 논문 작성, 데이터 분석까지 연구의 병목을 풀며 과학적 발견을 앞당길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그런데 AI가 개별 연구자가 더 빨리 더 많은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만큼, 과학 전체의 탐색 범위는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임스 에반스(James Evans) 시카고대 교수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AI 활용이 과학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4130만편의 논문을 분석해 AI 도구 사용이 연구 생산성과 인용, 커리어 궤적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그 결과, AI를 활용하는 과학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논문 생산량이 3.02배 많고, 인용 횟수는 4.85배 더 많았으며 연구 리더가 되는 시점도 평균 1.4년 빨랐다. AI가 연구자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성과를 증폭시키는 개인용 부스터처럼 작동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과학 생태계 전체는 수축하는 경향을 보였다. AI 확산과 함께 다뤄지는 과학 주제의 범위가 4.63% 줄었고, 과학자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22% 감소했다.
연구진이 지목한 핵심 원인은 ‘데이터 편중’이다. AI는 대체로 데이터가 풍부한 영역에서 성능이 잘 나오고, 성과를 보여주기도 쉽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들은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많은 분야, 그리고 AI가 점수로 성과를 보여주기 쉬운 분야로 이동한다. 그 결과 연구 논문은 새로운 미지의 영역으로 넓게 퍼지기보다, 이미 데이터가 쌓여 있는 곳에 모이게 됐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고독한 군중’이라 불렀다. 겉으로는 특정 주제가 폭발적으로 붐비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연구를 인용하는 논문들 사이의 상호 참조와 연결이 줄면서 서로 비슷한 연구가 겹쳐 나오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학은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알려진 문제의 정답 후보를 더 빠르게 좁히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에번스 교수는 앞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기고를 통해 “AI의 효율성이 방법의 단일화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과학의 혁신은 종종 성과가 당장 측정되지 않는 변두리에서 나오는데, AI가 연구 논문의 내용을 비슷한 데이터와 비슷한 방법으로 수렴해 버릴 위험이 있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AI 사용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보지 않고,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데이터가 적어 AI가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영역에 연구비와 평가 체계를 도입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AI도 단순히 주어진 데이터를 더 잘 분석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 데이터를 찾고, 고르고, 수집하는 탐색형 시스템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AI가 지속 가능한 과학 발전을 돕기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를 압축·최적화하는 능력뿐 아니라, 새로운 데이터와 실험을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922-y
홍아름 기자(ar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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