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시몬스는 벨기에 겐트대학교 교수로 연구기관 아이멕(imec)과 연계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분산 인공지능(AI) 시스템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그의 연구는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간의 연계,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임베디드 디바이스, 그리고 개별적이면서 자율적인 에이전트들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지금까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러한 시스템은 입력에 반응해 결과물을 제시하지만, 그 결과물을 실제로 사용할지, 어떻게 활용할지는 언제나 인간의 판단에 맡겨져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AI는 여전히 세상에 직접 개입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인간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AI의 진정한 전환점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AI가 단순히 말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단계가 열린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에이전틱 AI와 물리적 AI가 있다. 에이전틱 AI는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소프트웨어(SW) 에이전트를 의미한다. 반면 물리적 AI는 실제 세계에서 이동하고, 사물을 조작하며, 인간과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구현된 시스템을 말한다. 사전에 정의된 규칙을 반복 수행하는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달리, 이러한 AI는 상황을 인식하고, 가능한 선택지를 비교하며, 그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물리적 상호작용과 실시간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이러한 능력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전환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은 기존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차세대 AI는 언어가 아니라 행동을 생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환경 상태뿐 아니라 그 상태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함께 고려하는 대규모 행동 모델이 필요하다. 로봇이 단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공간 구조, 사물의 속성, 자신의 물리적 제약 조건에 대한 정보를 통합해야 한다. 이는 인간이 축적된 경험을 통해 세계를 이해해 나가는 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행동 중심의 지능은 SW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판단은 계산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행동은 필연적으로 물리적 실행을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지연 시간과 에너지 제약은 즉각적인 성능 병목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계산 아키텍처가 없다면, 실제 환경에서 요구되는 자율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로봇은 인간과 달리 장시간의 시행착오 학습을 감내할 수 없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학습은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이뤄진다. 현실을 복제한 가상 공간에서 시스템은 수많은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자신의 행동 결과를 예측하고 정교화하는 법을 학습한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계산 자원이 필요하며,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환경에서는 복잡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AI가 다른 에이전트의 행동까지 예측해야 하는 순간, 가능한 결과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AI 시스템을 현실세계에 배치하는 데 따르는 위험 역시 매우 크다. 언어 모델의 오류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지만, 행동 가능한 AI의 오류는 곧바로 물리적 피해나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 에이전트가 잘못된 판단을 실행하거나, 인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로봇이 오작동할 경우 그 결과는 되돌릴 수 없을 수 있다. 따라서 행동의 경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감독 구조를 갖춘 안전 메커니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다.
결국 이러한 모든 논의는 하나의 근본적인 제약으로 수렴한다. 바로 하드웨어(HW)다. 알고리즘과 모델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물리적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별 모델마다 전용 HW를 설계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AI 혁신의 속도와 HW 개발 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특정 모델에 종속된 HW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아키텍처다.
미래 HW는 연산, 메모리, 제어가 긴밀하게 통합된 구조로 진화해야 하며, 다양한 요구에 맞게 재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물리적 기반 위에서만 AI는 비로소 현실 세계의 행위자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건설, 돌봄, 운송, 유지보수 등 다양한 산업이 재정의될 가능성이 있다. 더 장기적으로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작업을 보조하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터 시몬스 겐트대 교수 Pieter.simoens@imec.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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