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해변 주변에 세워진 천막 주변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평화계획 2단계 공식 착수를 선언했다. 2단계 핵심 과제인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두고 이스라엘은 회의적인 가운데, 미국 정부는 강한 추진 의지를 내보였다.
스티브 윗코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사는 14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하여, 가자지구 분쟁 종식을 위한 대통령의 20개항 계획 2단계 출범을 발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단계는 휴전에서 비무장화, 기술관료적 통치, 재건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10일 미국과 아랍 국가들의 중재로 휴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는 휴전 1단계로 이스라엘군의 주둔지를 가자지구 절반으로 줄인 뒤 양쪽의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했다.
윗코프 특사는 “2단계는 가자지구에 과도기적 기술관료 팔레스타인 행정부인 ‘가자국가행정위원회’(NCAG)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2단계에선 “가자지구의 완전한 비무장화와 재건, 특히 모든 불법 인력의 무장해제를 시작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집트와 카타르, 튀르키예 등 휴전 중재국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 가자행정위 위원장 임명을 포함한 위원회 구성을 환영했다. 15명으로 구성되는 가자행정위의 위원장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차관 출신의 알리 샤아트가 맡는다. 가자상공회의소 회장 아예드 아부 라마단, 팔레스타인 통신사 팔텔 기자 오마르 샤말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전직 고위관료 사미 나스만 등이 위원으로 선정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체 위원 명단은 이틀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샤아트 위원장은 최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매체와 인터뷰에서 폭우에 이은 침수로 고통받는 피난민들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등 긴급구호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도저를 가져와 잔해를 바다로 밀어 넣어 새로운 섬을 만든다면, 새 땅을 얻는 동시에 잔해를 치울 수 있다. 3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현재 80% 이상 파괴된 가자지구의 건물을 재건하는 데는 적어도 2040년이 되어야 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가자행정위는 앞으로 구성될 ‘평화위원회’(BoP)의 감독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불가리아 출신인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전 유엔 중동 특사가 평화위원회를 가자지구 현장에서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평화위원회 전체 위원 발표와 첫 번째 회의는 다음 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평화위에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와 트럼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윗코프 특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평화계획 진전을 밀어붙이는 미국이 일단 2단계 선언을 했지만, 2단계의 난이도는 1단계 보다 훨씬 높다. 2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는 하마스의 무장해제다. 하마스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지기 전엔 무장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태다. 가자지구의 치안을 맡을 국제안정화군(ISF)에 참여할 의향을 나타냈던 아제르바이잔 등 국가들도 무장해제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군의 주둔이 고착화돼, 가자지구가 분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태다.
일단 미국 정부는 테러 관련 시설 파괴와 함께 대전차 로켓(RPG), 미사일과 같은 중화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무장해제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장해제를 거부하는 하마스는 대안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무기를 맡기는 방안을 제안해왔는데, 이 제안이 일부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마무리 되지 않은 1단계도 문제다.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다가 잔해에 깔려 실종된 란 그빌리 이스라엘군 상사(24)의 주검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도 2단계 진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이를 이유로 2단계 진입에 반대해왔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마지막 주검이 발견될 때까지 이번 임무가 완료되었다고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양쪽이 성실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2단계로의 진행을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할 것이라는 데 여전히 회의적”이라면서도 “하마스 간부들은 비무장화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어, 미국 정부는 실현될 수 있도록 매우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목표는 하마스를 대체할 평화적인 대안을 만들어내고, 이들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 찾는 것이다”라며 “이제 이 정부(가자행정위)가 출범했으니, 우리는 다음 단계인 비무장화를 두고는 하마스와, 무장해제에 응하는 하마스 대원에 대한 사면을 두고는 이스라엘과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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