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진행된 배우 김혜수의 ‘세계의 주인’ 2차 응원 상영회 모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너무 좋은 영화를 봤어요. 꼭 극장 가서 보길 추천해. 첫 번째는 내가 쏠게~.” (방송인 송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중)
지난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을 꼽자면 ‘세계의 주인’을 빼놓기 어렵다. 누적 관객 19만명(14일 기준)을 기록한 이 영화는 독립 예술영화 기준 블록버스터급 흥행에 성공하며 ‘작은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가은 감독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인공 ‘주인’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그려낸 ‘세계의 주인’. 영화의 흥행 뒤에는 관객들의 든든한 입소문, 그리고 이른바 ‘응원 상영회’라 불리는 동료 영화인·연예인들의 적극적인 응원이 있었다.
‘응원 상영회’는 영화를 먼저 관람한 배우들이 상영관의 전 좌석 티켓을 구매하고, 팬들에게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영회를 말한다. 더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발한 이벤트로, ‘세계의 주인’의 경우 김혜수와 송은이, 김태리, 김의성, 배성우, 류현경, 고아성, 박정민 등이 응원 릴레이에 동참했다.
유명인들의 통 큰 지원에 힘 입어 관객들은 영화관으로 모여들었고, 응원 상영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이들의 후기는 ‘세계의 주인’의 흥행을 견인한 입소문의 기폭제가 됐다.
제주 4.3의 상처를 다룬 영화 ‘한란’. 단체 관람 및 공동체 상영에 힘 입어 3만 고지를 향해 전진 중이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
관객을 ‘찾아가는 영화’가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정해진 상영 스케줄에 맞춰 관객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낳은 자구책이다. 유명인이나 기업이 후원하는 ‘응원 상영회’부터 단체·학교·모임이 주최하는 단체 관람까지, 다양한 형태의 상영회는 특히나 적은 개봉관 탓에 관객과의 접점이 적었던 독립 예술영화들의 새로운 활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말 개봉한 영화 ‘한란’은 일찌감치 2만 관객을 돌파한 후, 상영관이 없는 상황에서도 전국서 일고 있는 단체 관람 열기에 힘입어 3만 고지를 향해 전진 중이다. 1948년 제주에서 산과 바다를 건넌 모녀의 생존 여정을 통해 제주 4·3 역사의 아픔을 담아낸 영화다. 아역 출신 배우 김향기의 첫 엄마 역할 도전으로 일찍이 주목받았다.
‘한란’은 제주 4·3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단체들의 관람 문의에 힘입어 개봉 2달여가 지났음에도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달에만 ‘4·3 유족 문화바우처 지원 사업-4·3 영화 관람의 날’ 무료 상영, 경기 시흥시자원봉사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여성 공직자 모임 ‘참꽃회’, 제주도의회, 서귀포중학교 ‘4·3 평화·인권교육 및 학습 정서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 상영됐다. 최근에는 국회 특별 상영회도 진행됐다.
지난해 4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사람과 고기’도 ‘찾아가는 영화’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우연히 뭉친 노인 3인방이 공짜로 고기를 먹으러 다니는 모험을 통해, 생의 막바지에 다시 청춘을 통과하는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근형, 장용, 예수정이 주연했다.
영화 ‘사람과 고기’ 포스터와 ‘응원 릴레이 상영회’ 포스터 [트리플픽쳐스 제공] |
‘사람과 고기’는 개봉부터 턱없이 부족했던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동료 영화인들과 기업들의 응원 열기를 원동력으로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최강희 평론가를 시작으로 유태오, 가수 윤상, 장항준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가수 양희은, 김혜수 등이 응원 상영회를 통해 지원사격에 나섰고, 기업도 후원에 나섰다. 지역의 단체 관람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
‘한란’·‘사람과 고기’ 배급사 트리플픽쳐스 측은 “독립영화는 관객과 평단의 호평이 있어도 극장 상영 기간이 길어야 2주 정도고, 조조나 심야에 편성하는 경우가 많아 입소문이 나도 관객이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면서 “유명인의 릴레이 응원 상영회는 장기 상영이 일어나게끔 하고, 개봉 N주차에 오히려 극장 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실제 ‘사람과 고기’는 개봉 3주 차에 상영관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멀티플렉스 밖 상영회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과거 다큐멘터리에 많이 적용됐던 여러 형태의 상영회가 오늘날 독립예술영화의 새 판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영화 투자·배급사 마케팅 책임자는 “지난해부터 멀티플렉스 안에서 한계를 느낀 배급사들이 다양한 상영회를 통해 의미 있는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 “예술영화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관 확보에 한계가 있어 자체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응원 상영회 등이 조금씩 정착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세계의 주인’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특히 응원 상영회의 경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 영화의 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자발적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좋은 영화가 외면받지 않고, 빨리 사라지지 않도록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동료 영화인이나 유명 인사가 영화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사격에 나서 직접 관객을 초대하는 등의 움직임은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인디스페이스를 통해 여러 독립 영화의 상영회를 지원해 유지태 배우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 후원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배우들이 나서서 릴레이로 상영회 이벤트를 연 적은 없었다”면서 “당초 기획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유명인들이 먼저 영화를 함께 보고 싶다는 제안으로 출발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기적으로도 극장이 어렵다 보니 좋은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극장도 단체 관람·대관을 위한 예약 절차를 간편화하는 등 변화하는 움직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극장을 단순히 상영 중인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닌, 단체나 개인이 자유롭게 이벤트를 기획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연합] |
CGV의 경우 지난해 1월 CGV 모바일 앱을 통해 단체 관람이나 대관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편의성을 강화했다. ‘영화 대관’을 통해 원하는 영화를 단독으로 관람할 수도, 영화 상영 없이 세미나, 설명회, 행사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공간 대관’만도 가능하다.
영화 대관을 진행할 경우 원하는 영화를 요청하면, 상영 중인 영화가 아니라도 극장과 배급사의 협의를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CGV 관계자는 “연말 연초에 대관 문의가 많은 편으로, 기존에 전화 예약으로 진행해야 했던 대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최근에는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신의 악단’을 함께 관람하려는 기독교 관련 단체의 대관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