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최근 원화 가치가 빠르게 약세를 보이면서 외환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글로벌 달러 강세나 지정학적 불안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 경제 내부의 구조적 요인이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NG는 14일 발표한 스냅 보고서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 움직임은 경제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보다 자금 흐름에 의해 좌우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외환 시장이 단기 심리나 수급 변화에 한층 취약해졌음을 의미하며, 원화가 대외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가 됐다는 점을 드러낸다.
◆ 민간 고용 부진과 내수 약화가 만든 구조적 부담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국내 경기의 구조적 둔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실업률은 11월의 2.7%에서 4.0%(ING 전망치: 3.0%, 시장 컨센서스: 2.7%)로 예상보다 크게 상승했는데, ING는 이를 단순한 계절 요인을 넘어 민간 부문의 고용 증가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신호로 해석했다.
ING는 14일 발표한 스냅 보고서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 움직임은 경제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보다 자금 흐름에 의해 좌우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외환 시장이 단기 심리나 수급 변화에 한층 취약해졌음을 의미하며, 원화가 대외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가 됐다는 점을 드러낸다.
미국 달러와 한국 원화 화폐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민간 고용 부진과 내수 약화가 만든 구조적 부담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국내 경기의 구조적 둔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실업률은 11월의 2.7%에서 4.0%(ING 전망치: 3.0%, 시장 컨센서스: 2.7%)로 예상보다 크게 상승했는데, ING는 이를 단순한 계절 요인을 넘어 민간 부문의 고용 증가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신호로 해석했다.
정부의 고용 촉진 프로그램 대부분이 11개월 미만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연말에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20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실업률이 올랐고, 특히 60세 이상(2.5%→3.6%)과 20~29세(6.0%→6.8%)에서 11월과 12월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는데, 정부의 고용 지원 프로그램이 대개 이 두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ING는 지적했다.
문제는 높은 실업률 그 자체보다는 한국의 노동 시장이 정부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민간 부문의 고용이 부진하다는 점에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비스 부문 고용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도매 및 소매 판매 부문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숙박업, 정보통신기술(ICT), 금융 서비스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는 감소세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고용 부진은 곧 내수 둔화로 이어진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 통화정책 정상화 역시 쉽지 않고, 이는 원화의 매력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ING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하면서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이러한 완화적 기조가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연말 환율 관리가 보여준 취약성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말 달러·원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배경에도 구조적인 취약성이 드러나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 환율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외화 부채의 원화 환산 가치를 끌어올려 부채 비율을 악화시키고 신용등급 하락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외환 당국은 연말에 환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한국 외환 시장이 여전히 '회계 기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환율이 순수한 경제 펀더멘털뿐 아니라 재무 안정성 이슈에 의해 관리 대상이 되는 구조 자체가, 시장이 원화를 평가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월가의 황소상 [사진=블룸버그 ] |
◆ 해외 투자 확대와 자본 유출 구조
원화 약세를 계속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은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다. 연말 세제 이슈로 일시 축소됐던 해외 투자 포지션이 연초 들어 다시 확대되면서, 자본 유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ING의 진단이다. 이는 단기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국내 자산보다 해외 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외환 수급 측면에서 원화에 상시적인 약세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자본 유출이 실물 투자보다는 금융 투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 국민연금과 정책 변수 의존도
보고서는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수준에 근접할 경우 국민연금공단의 환 헤지 전략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외환 시장이 민간 수급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헤지 전략과 정책 대응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헤지에 나설지에 따라 환율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외환 시장이 구조적으로 '정책 변수'에 민감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정부 역시 외환 헤지 인센티브 확대와 세제 지원 등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이는 원화의 자체 경쟁력보다는 관리와 개입에 대한 기대가 커져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 구조적 제약 속 단기 반등
보고서는 달러·원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 선에 근접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1450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이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돼서라기보다는 당국 개입과 헤지, 자금 흐름 변화에 따른 점진적인 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결국 ING는 ▲민간 고용 부진과 정부 일자리 의존 ▲내수 회복 지연과 한국은행의 비둘기파적 스탠스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국민연금과 정부 개입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런 요인이 완화되지 않는 한, 원화는 대외 변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통화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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