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공단이 상고를 검토할 계획인 데다 해외에서 담배회사들이 거액의 배상안에 합의한 사례도 있어 담배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5일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흡연의 폐해와 관련해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금껏 흡연자 측이 승소한 사례는 없었다.
공단이 상고를 검토할 계획인 데다 해외에서 담배회사들이 거액의 배상안에 합의한 사례도 있어 담배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33억 '담배 손배소' 오늘 2심 선고 |
15일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흡연의 폐해와 관련해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금껏 흡연자 측이 승소한 사례는 없었다.
1999년 흡연에 따른 건강 악화를 호소했던 이들과 가족 등 30명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15년 만인 2014년 4월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별도로 2011년 폐암으로 숨진 경찰공무원 유족이 '흡연이 사망 원인'이라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역시 패소했다.
폐암은 생활 습관과 가족력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이므로 흡연과 암 발병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법원 판결의 취지였다.
이런 가운데 2014년 건강보험공단도 국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30년 이상 흡연 후 흡연과 연관성 높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진단을 받은 환자 3천465명에게 공단이 진료비로 지급한 533억원을 KT&G와 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이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객관적 연구 결과를 다량으로 보유한 공공기관이 승소 가능성이 큰 사례를 모아 제기한 소송인만큼 결과에 관심이 쏠렸으나 결국 앞선 판례가 되풀이되는 데 그쳤다.
1심 재판부는 흡연 외에 생활 습관이나 유전, 직업적 특성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암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건보공단이 진료비(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법에 따라 징수한 자금을 '집행'한 것이어서 공단의 법익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공단의 진료비 지출은 보험법이 정한 '의무 이행'이며,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연구 결과가 '특정 개인의 질병의 개별적 원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건보공단, 담배소송 항소심 패소 |
다만, 해외에서 벌어진 담배 소송의 경우 판례가 엇갈린다.
미국에서는 1954년 첫 소송이 제기된 뒤 1990년 초까지 제기된 수백 건의 소송에서 모두 담배회사가 승소했으나, 1994년 담배회사가 흡연의 위험성을 은폐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된 뒤에는 '담배 소송'의 결과가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대표적으로는 미시시피를 비롯한 4개 주(州) 정부가 흡연 관련 의료비를 반환하라면서 담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담배회사와 개별 합의를 했고, 나머지 46개 주 정부도 1998년 4개 담배회사에서 25년간 2천60억 달러를 받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책임을 인정받은 사례가 잇따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1년 한 흡연자가 BAT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면서 배상금 109만달러를 지급할 것을 확정했고, 2006년에는 필립모리스가 흡연 피해자에 5천55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캐나다에서도 흡연자들이 승소한 사례가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1998년 흡연자 약 110만 명이 집단으로 임페리얼, 로스만스-벤슨&헤지스, JTI-맥도널드 등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약 15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흡연자들의 피해가 인정된다면서 2015년 1심과 2019년 2심에서 잇따라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에는 퀘벡주 소송과 캐나다 다른 주 정부가 진행한 담배 소송을 포괄해 325억 캐나다달러(약 33조원) 규모의 배상 합의안이 법원 승인으로 확정됐다.
브라질에서는 1997년 담배회사가 8만1천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으며, 2019년에는 정부가 담배로 인한 진료비 회수를 위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현재 진행 중이다.
반면, 일본 최고재판소의 경우 2006년 2월 폐암 환자 6명이 일본담배회사(JT)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담배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프랑스 최고법원도 2003년 폐암으로 숨진 흡연자의 유족이 담배 회사 알타디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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