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서진 기자 |
삼성 소속으로 뛰던 지난 시즌 어느날이었다. 박병호는 강민호, 최형우와 함께 나란히 앉아 미래를 상상했다. 야구 선수의 생활이 끝난 다음을 그려봤다.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가운데 최종 목적지는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박병호는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 프로야구 키움의 코치로 변신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신뢰받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 거포의 새 출발, 친정팀 키움에서 시작한다. 키움의 잔류군 선임코치로 선임된 박병호는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키움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하는 거라 의미가 있다”며 “사실 키움에 선수로 제안받을지 몰랐다. 은퇴 생각도 있었고, 키움에 돌아와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도 들었다. 팬분들께선 감사하게도 1년 만이라도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고민이 많았지만, 여기서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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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지난해 11월 키움 출신 박병호를 잔류군 선임코치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깜짝 발표였다. 당초 키움은 자유계약(FA)으로 선수 박병호를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은퇴 사실을 접한 뒤 코치직을 제안했다. 붙잡는 손길이 많았다. 그럼에도 박 코치는 단호했다. 그는 “점점 부상이 많아졌다. 누구보다 선수 생활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경쟁에서 지고,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서서히 준비를 해왔다”며 “선수 생활 목표는 400홈런이었다. 달성하면서 다 이뤘다고 생각했다. 다만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은퇴한 건 아쉽다”고 전했다.
최종 목적지가 지도자인 만큼 빨리 시작해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박 코치는 “작년에 강민호, 최형우 선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의 미래는 뭘까’라는 내용이었다. 해설위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종 목표가 지도자인 만큼 하루빨리 시작하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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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만 화려하게 핀 꽃이다. 박 코치는 2005년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해 2011년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됐다. 김시진 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가능성을 꽃 피웠다. 키움에서만 5차례 홈런왕에 오르며 ‘국민 거포’로 자리 잡았다. 2016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2018년 넥센에 복귀해 2019년에도 다시 홈런왕을 차지했다. 이후 KT,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꽃 피우기까지 힘겨웠던 과정을 겪은 만큼, 잔류군 코치는 더할 나위 없는 자리라고 판단했다. 박 코치는 “야구를 오래 하긴 했지만 어렸을 때도, 선수 마지막도 그렇고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다. 선수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되는 코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기에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군 생활이 길어지는 선수들에겐 칭찬이 많이 필요하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일 테니 최대한 칭찬도 많이 해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만들고 싶다”며 “선수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힘든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그러면서 운동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같이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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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기록을 남겼다. 박 코치는 통산 1767경기에 나서 타율 0.272(5704타수 1554안타) 418홈런 1244타점 1022득점, 출루율 0.376, 장타율 0.538, OPS(출루율+장타율) 0.914를 기록했다. 시즌 최우수선수(MVP) 2번, 골든글러브도 6번이나 받았다.
박 코치는 “다시 야구 선수를 하더라도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단 좀 어린 나이부터면 좋겠다”면서 “선수 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넥센 때 창단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을 때다. 당시 사연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인 팀이라 평가받았다. 나도 무명이었다. 그런 선수들이 똘똘 뭉치면서 가을야구에 처음 진출하고 기뻐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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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자신의 선수 생활, 박 코치는 스스로에게 100점을 매겼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빛을 본 선수가 아니라 노력도 있었다. 선수 전성기 때 홈런왕, MVP도 해봤다. 짧지만 미국에도 진출했다. 이런 부분에서 100점이라 생각한다”며 “코치로서도 100점이 되고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선수에게 신뢰받는 코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작된 제2의 야구 인생에 다시 주먹을 불끈 쥔다. 박 코치는 “현재 주어진 보직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올 시즌 코치로서의 목표는 선수들의 생각을 듣고 변화를 줘서 다시 2군에서 뛸 수 있게 돕고 싶다. 만약 1군에 진출한다면 내게도 성취감이 들지 않을까”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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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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