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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떠나니 텅 빈 교토 호텔방, 1박 2만원대까지 추락… 日 관광업계 ‘차이나 쇼크’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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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일본 관광 산업이 근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2025년 11월 여행수지 흑자액이 4524억 엔(약 4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4년 같은 기간(5580억 엔)과 비교하면 약 19% 감소했다. 명목상으로는 여전히 대규모 흑자지만 수익성 면에서 둔화 조짐이 뚜렷했다.

도쿄 하네다공항 국제선 도착 로비에 설치된 안내판. /연합뉴스

도쿄 하네다공항 국제선 도착 로비에 설치된 안내판. /연합뉴스



재무성 월별 통계를 보면 지난 여름 성수기 내내 일본 관광업계는 선전했다. 연중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성수기 내내 전년보다 흑자 폭이 늘었다. 그러나 11월 들어 흑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양안관계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존립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발언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 발언이 나온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후 중국발 일본 방문 수요는 급격히 둔화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외교 갈등 국면에서 단체 관광 제한이나 여행 관련 행정 조치를 통해 상대국에 압박을 가한 전례가 있다.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당시 한일령(限日令)이 대표적 사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해 10월 31일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 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해 10월 31일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 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는 항공 노선 자체를 차단하는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면서 일본 관광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15일 일본 현지 추부신문에 따르면 이달 기준 일·중 노선 결항률은 40.4%에 달한다.

중국 관광객 수요로 유지되던 지방 공항은 고사 위기다. 센다이 공항과 시즈오카 공항은 중국 노선이 전멸했다. 일본 중부 지방 관문인 중부국제공항(나고야)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해 11월까지 주 72회였던 나고야발 중국행 항공편은 12월 56회로 줄었다. 이달에는 26회로 급감했다. 2달 만에 64%가 사라졌다. 그 결과 중부공항 국제선 운항 횟수는 2개월 연속 주 300회 선을 밑돌고 있다.


항공편 급감은 곧장 관광지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71만5000명이었던 방일 중국인 관광객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있던 11월 56만2600명로 줄었다. 한 달 만에 21%에 해당하는 15만여 명이 발길을 끊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았던 명승지 교토와 가마쿠라 숙박 시설은 수요 둔화를 체감하고 있다. 1박에 평균 2만 엔(약 18만 원)을 받던 교토 시내 호텔 방값은 현재 1만 엔(약 9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일부 비인기 지역에선 3000엔(약 2만7000 원)짜리 객실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약률은 낮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계자를 인용해 “평균 예약가 자체가 무너졌다기보다,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시적 할인과 특가 판매가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인 관광 급감… 흔들리는 일본 관광·유통

중국인 관광 급감… 흔들리는 일본 관광·유통



일본 관광청 방일 외국인 소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이 일본 방문시 쇼핑에 쓰는 금액은 평균 10만6000엔(약 98만9000 원)으로 나타났다. 주요 방문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한국인 관광객은 체류 기간이 짧고 식도락·체험 위주 소비 비중이 높아 1인당 소비액이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기간 한국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은 중국 절반 수준인 5만 엔(약 46만 원) 안팎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방일 외국인 소비액 전체를 놓고 보면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7.7%로 가장 높았다. 한국인은 중국 대비 3분의 1 수준인 9.7%에 그쳤다. 중국인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한국이나 대만 같은 다른 국가로 완전히 메우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역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일본 최대 백화점 그룹 다카시마야는 전체 면세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이 58%에 달한다. 다이마루 마츠자카야 백화점은 이 비중이 66%까지 올라간다. 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이들 백화점 면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하락했다.


다이마루 백화점 관계자는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인 소비자 수가 늘었지만, 이들은 명품 시계나 보석류 같은 고가 상품보다는 의류나 식품을 주로 구매한다”며 “매출 총액 측면에서 중국인 공백을 한국인이 채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한 여행사 직원이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중국인 여행단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한 여행사 직원이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중국인 여행단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일본 여행 자제 분위기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일본 명목 GDP가 약 1조7900억 엔(약 16조 6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중·일 외교 결빙이 2026년 일본 경제 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치적 신념이 경제적 실익을 압도할 때 치러야 할 비용이 얼마나 큰지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부랴부랴 관광객 다변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동남아와 유럽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리적 접근성과 인구 규모, 소비력 측면에서 중국 시장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유럽 관광객은 비행시간이 길어 방문 횟수에 한계가 있고, 동남아 관광객은 중국만큼 소비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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