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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원인 1위 '알츠하이머', 증상 나타나면 늦어... 뇌가 보내는 초기 신호는? [치매를 말하다④]

하이닥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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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치매가 일상생활이 무너진 '상태'라면, 알츠하이머병은 이를 유발하는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원인'이다. 전체 치매의 70%를 차지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실재적 공포'이기도 하다. 질병관리청의 '2024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지난해 국내 10대 사망 원인 6위(1만 1,109명)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병이 증상 발현 훨씬 전부터 조용히 뇌를 잠식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막연한 공포를 갖기 쉽지만, 정확한 진단만 선행된다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신경과 임재성 교수(서울아산병원)는 "알츠하이머병은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일부가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뇌질환"이라며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시대의 초입에 와 있으며, 그 출발점은 바로 조기 진단과 올바른 정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와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증상, 치료, 예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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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 왜 관리의 골든타임인가 [치매를 말하다 ③]

독성 단백질이 뇌세포 파괴... 단순 노화와 달라
알츠하이머병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감퇴하는 현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뇌세포가 병들고 사라지는 분명한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핵심 원인은 뇌 속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라는 비정상 단백질이다.

이 독성 물질들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린다. 연결이 끊긴 뇌세포는 결국 파괴되고, 이로 인해 '뇌 위축'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MRI 사진을 보면, 건강한 뇌에 비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빈 공간(뇌실)이 커져 있고, 뇌의 주름 사이가 헐겁게 벌어져 있어 마치 '말린 호두'처럼 쪼그라든 모습이 관찰된다.


그렇다면 왜 뇌 속에 이런 독성 물질이 쌓이는 것일까.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압도적인 위험 인자는 '노화(Aging)' 그 자체다. 건강한 뇌는 대사 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을 뇌척수액 등을 통해 스스로 씻어내는 일종의 '청소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시스템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배출되지 못한 단백질이 뇌 속에 찌꺼기처럼 쌓여 병을 유발하게 된다.

여기에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위험은 가중된다. 임재성 교수는 "APOE ε4 유전자 보유, 낮은 교육 수준, 가족력, 그리고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혈관·대사 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은 단계적이다. 증상이 없는 '전임상 단계'를 거쳐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지나게 된다. 임 교수는 "이러한 인지 저하가 심해져 직업 활동이나 사회생활, 독립적인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워지는 시점이 오면, 비로소 임상적으로 '치매'라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고 전했다.


기억 '저장' 안 되고 성격 변했다면... 뇌가 보내는 경고 신호
뇌의 병리적 손상은 일상에서 단순 건망증과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기억의 저장' 여부다. 임재성 교수는 "정상 노화에서는 일시적으로 깜빡 잊더라도 단서를 주면 기억을 되찾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면서 "반면 알츠하이머병에서는 기억 자체가 저장·회상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실질적인 장애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증상은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기억력 감퇴가 주를 이루지만, 병이 진행됨에 따라 인지 기능 전반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인다. 임 교수는 "초기에는 최근 일을 반복해서 잊거나,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반복하고, 약속이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모습이 흔하다"며 "이후 병이 진행되면 시간과 장소를 헷갈리거나 언어 표현이 어눌해지고, 성격 변화나 판단력 저하까지 동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핵심은 '타이밍'이다. 퇴행성 질환이라는 특성상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할 경우 예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시기에 적절한 의학적 조치가 이뤄지면 악화 속도를 유의미하게 지연시킬 수 있다.


임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치매로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나이 탓으로 돌리기 쉬운 미세한 전조 증상을 놓치지 않고 전문의를 찾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골든타임이 된다"고 강조했다.

MRI가 놓치는 '원인'까지 잡는다... 진화하는 진단·치료 기술
이러한 조기 발견을 현실화하는 것이 현대 의학의 정밀 진단 기술이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의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MRI 검사가 뇌졸중이나 종양 등 다른 원인을 배제하고 뇌의 구조적 위축을 확인하는 기본 검사라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는 병의 핵심 원인 물질을 직접 추적한다.

임재성 교수는 "PET 검사는 MRI에서 뚜렷한 변화가 보이기 전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뇌 내 침착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며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특히 최근 도입된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밀 진단은 최신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열쇠가 된다. 최근 개발된 항체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면역학적 기전을 통해 제거하는 '질병조절치료제'다. 임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들 신약은 병의 진행 속도 자체를 늦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다만 신경세포 손상이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된 이후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뇌 기능이 비교적 보존된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임상적 이득이 크다"고 설명했다.


혈관 튼튼해야 뇌도 산다...약물만큼 중요한 '생활 습관'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뇌가 건강할 수 있는 신체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뇌 자체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 즉 혈관과 대사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뇌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망가지면 병리적 진행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임재성 교수는 "비만과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을 통해 뇌 대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뇌에서는 인슐린이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이러한 기능이 저하되어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더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와 더불어 철저한 생활 습관 교정을 '필수 치료'의 영역으로 강조한다. 특히 가족력이나 유전적 위험 인자(APOE ε4)가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더욱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임 교수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 지중해식 또는 'MIND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과 우울증 관리, 사회적 활동과 지속적인 인지 자극이 핵심"이라며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혈관 위험 인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하이닥은 치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한신경과학회와 함께 본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매의 예방과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저작권자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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