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처 출범 대담회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석 전자신문 부국장, 유병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수석부회장,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전종학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지식재산(IP) 질서는 '확장'과 '충돌'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생성형 AI가 창작·발명의 문턱을 낮추면서 지식재산의 생산 주체가 기업·전문가 중심에서 개인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모델을 쥔 소수 플랫폼으로 권력이 집중되며 저작권·특허·영업비밀 경계가 흔들리는 등 분쟁의 축도 이동 중이다.
새 정부가 '특허청'에서 '지식재산처'로 간판을 바꾼 배경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전략·조정)와 지식재산처(집행·실행)의 역할을 분명히 나누고, AI 시대에 맞는 거버넌스와 분쟁 대응 장치를 빠르게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전자신문은 'IP의 새로운 변화 지식재산처의 출범과 민간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회를 열고 지식재산처 출범 의미와 AI 시대 지식재산 거버넌스 과제를 짚었다. 대담에는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유병한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장, 전종학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김원석 전자신문 부국장이 맡았다.
〈참석자〉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최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
△유병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수석부회장·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장
△전종학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세계한인지식재산협회장·변리사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부국장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부국장)=지식재산처 출범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나.
◇차지호 의원=지식재산권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IP를 어떻게 포지셔닝하느냐가 핵심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디지털 질서의 전환이다. AI가 고도화되면서 지식재산은 인간·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 AI와 협력하거나 AI가 독자적으로 산출물을 만드는 단계까지 논의해야 한다.
또 AI 시대에는 지식재산이 특정 전문가 영역을 넘어 다양한 개인이 직접 행위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식재산처 출범은 조직 확대가 아니라, 이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사회=산업계 체감은 어떤가.
◇유병한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장=출범 자체는 정부가 지식재산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우선순위로 설정했다는 명확한 신호다. 다만 그동안 지식재산 정책은 산업재산권·저작권·신지식재산권이 부처별로 분산돼 전략의 일관성과 집행 효율에 한계가 있었다. 출범 초기인 지금은 역할 변화가 아직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위원회가 범부처 전략과 조정의 중심을 잡고, 지식재산처는 이를 산업과 시장 현장에서 실행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회=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지식재산처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봐야 하나.
◇최수진 의원=두 조직은 상호보완 관계여야 한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큰 전략과 물줄기를 잡고, 지식재산처는 실행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특허를 등록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산업적으로 활용하고 가치를 높일 것인지 공동 목표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회=AI 시대 저작권·특허·상표·영업비밀 전반에서 법·제도가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지호 의원=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그 결과 민간이 먼저 변화된 환경에서 살게 되고, 공공의 거버넌스는 뒤따라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민간이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와 질문이 정부·입법부로 제대로 전달되는 구조다. 지금은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지식재산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는 시기다. AI가 지식 생산과 IP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새로 등장하는 행위자는 누구인지에 관한 질문을 민간이 먼저 던지고 공론화해야 한다.
◇최수진 의원=기술이 앞서가고 제도가 늦는 문제는 늘 존재했다. 기업이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도 달릴 도로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그 도로를 깔아주는 것이 국가와 입법의 역할이다. 도로가 깔리면 민간이 그 위에서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서로 보완적으로 더 빠르게 학습해야 한다.
◇사회=민간이 국회와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종학 변리사=차지호 의원 말처럼 민간이 질문해야 할 시점인데, 그동안 민간이 질문할 공간은 제약돼 있었다. 오늘 같은 자리가 의미 있다. 민간이 정부 부처 칸막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국회와 소통할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
AI 시대엔 기술 융합이 급속도로 진행돼 해당 시장이 어느 부처에 속하는지 애매한 일이 생긴다. 그렇다면 정부와 입법이 민간 요구를 빠르게 '패치'해 제도화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지식재산처 출범 대담회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원석 전자신문 부국장, 유병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수석부회장,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전종학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유병한 협회장=변화의 최전선에서 맞닥뜨리는 경험을 경청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도 산업재산권·저작권 등 분산된 목소리를 '지식재산'이라는 큰 틀로 결집해 정책 건의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민관·학계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넓혀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에 건의하겠다. 민간은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범부처 융합산업을 실행하는 공동 설계자이자 수행 주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AI 시대 지식재산 분쟁과 중소기업 보호 측면에서 민간의 요구는 무엇인가.
◇전종학 변리사=AI 시대에는 지식재산 보호가 곧 산업 경쟁력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지식재산을 제대로 확보·보호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에서 빠르게 낙오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AI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보호 역량과 재정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지식재산 보호 예산을 대폭 증액해 AI 시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내 보호는 물론 해외 출원·등록과 분쟁 대응까지 포함한 실질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전종학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 |
◇사회=한국형 디스커버리(K-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종학 부회장=중소기업 보호 관점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반드시 검토해야 할 과제다. 현행 특허 분쟁 구조에서는 침해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데, 핵심 증거는 대부분 침해자가 갖고 있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제도 도입 시 변리사와 고객 간 법률문서에 대한 비밀유지특권(ACP)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필수 전제다. 변리사·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은 의견서와 법률 문서까지 디스커버리 대상이 되면 기업의 기술 전략과 경영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 ACP가 명확히 규정돼야 제도 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가 도입되면 증거조사 개시 단계부터 변리사가 적극 개입하게 된다. 특허 기술과 침해 여부를 가장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는 변리사다. 그렇다면 특허 분쟁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변리사의 지식재산 침해소송 공동대리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이는 새로운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리사법에 규정된 소송대리 가능 범위를 침해소송까지 명확히 규정하자는 취지다. 기술 전문성과 법률 절차가 결합돼야 분쟁 해결의 질도 높아진다.
◇사회=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이 부처별로 나뉜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유병한 협회장=AI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저작권을 매개로 결합하는 산업 구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AI 프롬프트나 엔지니어링이 영업비밀인지, 저작권 보호 대상인지 논쟁이 이어지는 것도 그 결과다. 지식재산 질서 자체가 AI로 재편되고 있다.
행정부는 민간의 기술·산업 전문성을 정책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입법부는 저작권·산업재산권·신지식재산권이 조화를 이루는 포괄적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지식재산처, 관련 부처 간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유병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 수석부회장 |
◇사회=마무리로 AI 시대 지식재산 생태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전종학 부회장=AI와 지식재산 결합은 보편화를 촉진하지만, 동시에 데이터와 모델을 보유한 소수 주체로의 독점도 강화될 수 있다. 2~3년 뒤 독점이 심화할 가능성을 입법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AI 교육과 함께 지식재산 확보를 위한 예산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차지호 의원=지식재산 생산자 구조가 바뀌는 것이 가장 근원적 변화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그리고 새로운 거버넌스를 누가 주도할지 답해야 한다.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수진 의원=IP는 보호 수단을 넘어 신산업과 생태계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인력 양성과 거버넌스, 법·제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유병한 협회장=지식재산을 국민 속으로 확산시키고, 지식재산 산업 자체를 육성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조정 기능을 실질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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