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다섯차례 연속 동결이다. 불안한 원·달러 환율과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금리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지난해 적시했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한은의 금리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사진|뉴시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15일 한은은 2026년 첫번째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떨어뜨린 한은은 그 이후 다섯차례(2025년 7월·8월·10월·11월, 2026년 1월) 연속 '금리동결'을 택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 결정이었다.
사실 이번 동결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13일 발표한 '2026년 2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채권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의 96.0%가 1월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직전 조사였던 지난해 11월 예상값과 같았다. 금융투자협회는 "고환율과 부동산시장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1월에도 직전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의 분석처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구두개입 약발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강력 의지·정책 실행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그 결과, 1480원대(이하 주간거래 종가)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429.8원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새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13일엔 1473.7원까지 다시 올랐다.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선 건 지난해 12월 19일(1476.3원) 이후 한달 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상승한다. 이는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코스피 시장에도 악재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참고: 15일 새벽 2시께 원·달러 환율이 1464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의 구두개입 효과로 봐야 한다. 스콧 베선트 장관은 12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을 갖고 최근 외환시장 상황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이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과 일치하지 않는다.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론적 발언을 넘어 시장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사실상의 구두개입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낮 12시께 1472원으로 상승했다.]
좀처럼 꺾이지 않은 부동산 가격도 '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10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15억원대를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3월 13억원대를 넘어섰고, 7월 14억원대로 올라섰다.
2025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7274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1년 만에 평균 매매가격이 18.4%(2억3536만원) 치솟은 셈이다. 이는 2023~2024년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 6.09%를 세배 웃도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도 처음으로 11억원대(11억556만원)을 넘어섰다.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은은 금통위 이후 발표한 금융통화정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높은 환율 변동성 등과 관련한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겠지만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 동결을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확률(14일 기준)은 96.1%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2일 기록한 75.6%보다 20.5%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으로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 한미 금리차를 벌릴 필요가 없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0%(상단 기준)로, 한미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다.
그렇다면 한은은 언제쯤 '동결'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까. 당분간은 '동결 기조'를 이어갈 듯하다. 한은은 1월 금통위를 마치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지난해 11월 적시했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표현을 뺐다.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금통위는 2월 26일에 열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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