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뉴스1 |
금융 당국이 5세대 실손보험 상품 규정 마련에 나서면서, 또 한 번의 실손보험 세대교체가 임박했다. 5세대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보상을 대폭 줄여 과도한 보험금 타먹기를 막는 대신, 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보장을 강화했다. 다만 병원 치료 대부분을 보장받던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5세대로 갈아탈 유인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위원회는 5세대 실손보험 상품 설계 기준이 담긴 보험업법 시행령과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 입법·규정변경 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별로 세대로 분류하는데, 1세대는 2009년 이전에 나왔고, 2세대는 2009~2017년, 3세대는 2017~2021년 판매됐다. 4세대는 2021년 출시돼 현재 판매되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 비급여 항목에 대해 통원 치료 기준 보상 한도를 하루에 20만원으로 제한한다. 이전 4세대 실손보험에서는 한도가 1회당 20만원이었다. 기존에는 제한이 없던 비중증 비급여 환자의 입원 치료에 대해 원래 보험금도 5세대 실손보험부터는 1회당 300만원의 제한을 두기로 했다.
비중증 비급여 항목에 대한 환자 본인 부담률도 높였다. 기존에는 통원 치료 기준으로 진료비의 30%나 3만원 중 큰 금액을 부담했지만, 5세대부터는 50%나 5만원 중 큰 금액이 적용된다. 또 입원 치료 시 진료비의 30%에서 50%로 본인 부담률이 오른다.
특히 작년 12월 보건복지부에서 관리급여 항목으로 선정한 도수치료 등은 본인 부담률이 90%로 오른다. 도수치료는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 꼽혀왔다.
다만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보장 수준을 높였다. 상급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의 경우 비급여 항목 진료를 받더라도 500만원까지만 본인이 부담한다.
그간 비급여 항목을 과도하게 보장하다 보니, 소위 ‘의료 쇼핑’으로 인해 실손보험 적자가 누적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금융 당국이 작년 공개한 바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 가운데 보험금을 많이 타내는 9%에게 전체 보험금의 80%가 지급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계속 올리고, 정작 보험금이 절실한 중증 환자들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예고는 이날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진행된다. 보험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마련된 후 실무 준비를 거쳐 4월쯤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과잉 진료를 억제하고 보험료를 낮춰, 보편적·중증 환자에게 보험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고 했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선 진료 항목 거의 대부분을 보장받던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어쨌든 예기치 못한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가입하는 게 보험이라, 다소 비싸더라도 많은 걸 보장해주는 1~2세대 실손보험이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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