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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흑백 접시' 위에 근거가…현실의 절차엔 '의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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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는 흑수저·백수저 셰프들을 한 자리에 불러, "오직 요리의 맛만으로 계급을 뒤집을 수 있다"고 선전한다. 심사위원들은 출신과 스펙을 내려놓고 때로는 눈을 가려가면서까지 눈앞의 한 접시만 보고 점수를 매기는 설정이다.

시즌2에서 '술 빚는 윤주모'는 화려한 경력 대신, 직접 빚은 술과 소박한 상차림으로 승부하는 언더독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손을 덜덜 떨며 요리하던 그는 라운드를 연이어 통과하며, 결국 흑수저 참가자 가운데 최후의 2인으로 남았다. '실력만 있으면 계급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 프로그램의 구호가 가장 극적으로 구현된 인물이었다.

김영은 사회부 기

김영은 사회부 기


시청자가 여기에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단순한 성장 스토리 때문이 아니다. 이름도, 배경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을 상위권에 올려세운 심사위원의 선택을 보며, 시청자는 "그래도 저 무대에서는 룰이 작동한다"는 안도감을 맛본다. 현실의 많은 심사와 경쟁의 장에서는 그런 룰이 무너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현실의 각종 심사 현장에는 룰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훨씬 크다. 단적으로, 현재 경찰에 고발된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혜 의혹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을 향한 각종 특혜 의혹은 이런 불신을 키운다. 한 국회의원은 보좌진과 구의원을 동원해 자녀의 대학 편입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한 장관 후보자는 가족관계를 허위로 신고해 아파트 일반공급 청약 1순위를 얻었다는 혐의로 각각 고발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수공천된 한 시의원은 공천관리위원이던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넨 의혹으로 15일 조사를 받고 있다. 편입, 청약, 공천... 이 같은 절차가 과연 능력과 실력만으로 이뤄진 것일까. 고발인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흑백요리사'에서 감동을 준 건 흑수저 요리사의 성공만이 아니었다. 묵묵히 요리를 평가한 심사위원 안성재의 태도에 시청자들은 진정성을 봤다. "접시 위에 올라간 모든 것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흑백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현실의 수사와 정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계급과 관계가 아니라, '근거'에 따라 판단하는 공정의 룰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부디 권력과 자원이 분배되는 과정에서도 그 룰이 예외 없이 적용되길 바란다.

yek10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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