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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조직보다 더 조직적인 해커들…살아남는 기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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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포럼에서 개인이 직접 악성코드를 작성하던 시절에 시작된 사이버 범죄는 이제 효율성, 속도, 확장성 측면에서 다수의 기업을 능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형 지하 경제로 진화했다. 오늘날 해커 그룹은 역할을 분업화하고 유통 채널을 활용하며,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파트너와 수익을 공유하고 연구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기업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인가가 아니다. 공격 이후 얼마나 오랜 기간 업무가 마비 상태에 머무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실제로 회복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구조적인 그림자 산업

사이버 범죄는 개별적으로 발생하던 사건의 수준을 넘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산업으로 전환됐다. 대형 해커 집단은 다국적 기업과 유사한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이들은 부서와 업무 프로세스, 관리 계층, 핵심성과지표(KPI)를 갖추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동시에 공격 성공률을 분석한다.


공격 방식 역시 이미 비즈니스 논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피싱 캠페인, 데이터 유출, 금전 갈취 시도 뒤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다. 개발자는 악성코드를 공급하고, 접근 브로커는 로그인 자격 증명을 판매한다. 물류 역할을 하는 주체는 서버 인프라를 제공하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몸값 협상을 담당한다.


이런 구조는 막대한 확장성을 지닌 효율적인 그림자 경제의 등장을 이끌었다. 거래는 폐쇄형 포럼을 통해 이뤄지고 결제는 암호화폐로 처리되며, 회계 관리는 암호화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진행된다.


서비스로 거래되는 공격, 국가까지 얽힌 범죄 시장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 모델은 사이버 범죄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범죄 집단은 악성코드를 하나의 소프트웨어 제품처럼 제공한다. 공격자는 심도 있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코드를 라이선스로 이용하고, 공격 대상을 선택해 공격을 실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운영자는 수수료를 받는다.


그 결과 서비스와 도구, 데이터가 제품처럼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됐다. 접근 권한에는 비용이 들지만 업데이트는 포함된다. 사용 설명서와 할인 정책, 지원 포럼도 마련돼 있다. 마케팅 방식 역시 전문화됐다. 다크웹에는 “신뢰할 수 있는 복호화, 빠른 대응, 공정한 수익 분배”와 같은 문구가 광고 슬로건으로 등장한다.


합법적인 경제와의 유사성도 두드러진다. 파트너십과 유통 네트워크, 보너스 체계가 존재한다. 서비스형 랜섬웨어는 더 이상 단발성 범죄가 아니라, 명확한 수익 전략을 갖춘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사이버 범죄는 이제 하나의 서비스 체인처럼 작동한다. 오늘날 공격을 계획하는 주체는 초기 침투에 필요한 접근 정보부터 유출 이후 관리까지, 공격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를 구매할 수 있다.


액세스 브로커는 기업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 권한을 판매하고, 봇넷 운영자는 공격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개발자는 이미 알려진 취약점에 맞춰 즉시 활용 가능한 익스플로잇을 공급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피해자와의 접촉과 협상을 담당한다.


이와 같은 병렬 경제 구조에서는 거의 모든 역할을 외주화할 수 있다. 그 결과, 범죄 집단은 합법적인 플랫폼 기업을 성장시킨 것과 유사한 확장성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 모든 활동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진다.


이제는 국가가 묵인하거나 직접 통제하는 집단마저 이 생태계의 일부가 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업체와 병원, 공공 행정기관을 겨냥한 공격은 사이버 범죄가 이미 지정학적 권력 전략의 일부로 편입됐음을 보여준다.


범죄 집단과 국가 후원의 위협 행위자 간 경계도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일부 집단은 특정 정권의 보호 아래 활동하거나, 정권을 대신해 움직인다. 이로 인해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목적, 범죄 수익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상황을 한층 더 위태롭게 만든다. 오늘날 사이버 공격은 단순히 IT 시스템을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급망과 공공 질서, 나아가 경제 전반의 안정성까지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효율적인 공격자, 느긋한 방어자

오늘날 사이버 범죄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기술 그 자체보다도, 그 기술이 활용되는 방식의 효율성에 있다. 공격자는 유연하고 서로 연결돼 있으며,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시도하고 폐기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 주기는 일반적인 기업 환경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인력 채용 방식도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다. 다크웹 포럼에는 개발자와 소셜 엔지니어, 언어 전문가를 모집하는 구인 공고가 꾸준히 올라온다. 성과에 따른 보너스와 교육 프로그램, 경력 경로도 존재한다. 업무 방식은 애자일하게 운영되고, 커뮤니케이션은 분산돼 있으며, 금전적 동기는 명확하게 설정돼 있다.


이런 구조는 기술적 공격을 넘어서는 수준의 혁신 압박을 만들어낸다. 사이버 범죄 집단은 인공지능과 자동화, 머신러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데이터를 분석해 취약점을 정밀하게 공략하는 방식으로 공격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을 받는 쪽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많은 기업은 방어적인 모드로 움직인다. 대응 속도는 느리고, 의사결정은 관료적이며, 상당수는 사후 대응에 머문다. 보안 전략은 연 단위로 재검토되지만, 공격 방식은 하루 단위로 진화한다. 평균적으로 공격이 발생한 뒤 이를 탐지하기까지 200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대응 지연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다. 범죄 집단이 독립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반면, 기업은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예산을 승인받아야 하며,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 공격자는 바로 이와 같은 피해자의 관성을 이용한다. 가장 큰 위험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대응력의 부족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 회복 탄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핵심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관문

전체 성공적인 공격의 80% 이상은 인간의 실수에서 시작된다. 피싱과 소셜 엔지니어링, 조작된 메신저 메시지는 여전히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만 공격의 완성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버 범죄자가 만들어내는 소셜 엔지니어링 이메일과 음성 녹음, 딥페이크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숙련된 직원조차 공격 여부를 가려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안 위생은 더 이상 번거로운 의무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조직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 공격을 일상적인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우에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오늘날 랜섬웨어 집단은 이중, 나아가 삼중 갈취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 먼저 시스템을 암호화한 뒤 데이터를 탈취하고, 이후에도 몸값이 지불되지 않으면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목적은 단순한 금전 확보가 아니다. 평판 훼손이다. 랜섬웨어 집단은 내부 기밀 커뮤니케이션과 비공개 연구 결과, 개인정보 등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며, 이를 통해 피해 기업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사이버 범죄를 현대적 형태의 산업 스파이 행위로 만들고 있다. 어떤 정보든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어떤 기업이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공격자와 방어자 간의 AI 경쟁

AI는 공격자와 방어자 양측 모두에게 가속기 역할을 한다. 범죄 집단은 AI를 활용해 피싱 기법을 정교화하고 악성 코드를 최적화하며, 보안 체계를 우회한다. 동시에 방어 측은 AI 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사고를 자동으로 격리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 경쟁 구도는 결코 대칭적이지 않다. 공격자는 규제나 윤리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반면, 방어자는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책임, 규정 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불균형은 사이버 범죄 집단에 지속적인 속도 우위를 제공한다.


다음 단계도 이미 예견되고 있다.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실시간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완전 자동화된 공격 체인의 등장이다.


예방에서 회복 탄력성으로

이 모든 흐름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보안은 더 이상 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핵심은 공격 이후 얼마나 빠르게 운영 역량을 회복할 수 있는가에 있다. 사이버 회복 탄력성은 바로 이 역량을 의미한다. 위기를 견뎌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학습하고 개선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기업은 핵심 업무 프로세스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복구 계획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위기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사전에 정립돼 있다. 사고 대응 팀은 실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충분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이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십과 의사결정 능력, 조직 내부의 투명성 역시 핵심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위기 상황에서 침묵하기보다 소통을 선택하는 기업만이 주도권과 신뢰를 동시에 지킬 수 있다. 기업은 사이버보안을 비용 요인이 아니라 전략적 역량으로 바라봐야 한다. 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경쟁력과 고객 데이터, 브랜드 가치까지 지키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공격자의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기업 역시 스스로를 더 전문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 사고방식 전반에 걸친 변화다. 보안을 조직의 DNA에 통합한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2026년 사이버 범죄는 일시적인 위험이 아니라 경제 생태계의 상시적인 일부가 될 것이다. 대비된 기업은 살아남는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해마다 증가하는 통계의 일부로 남게 될 뿐이다.


사이버 범죄는 효율성과 네트워크화, 자동화라는 디지털 경제의 규칙에 이미 적응했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낡은 보안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사이, 지하에서는 글로벌 산업이 오래전 형성됐다. 이 산업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유연하며, 훨씬 더 타협이 없다. 이제 피해자와 생존자를 가르는 기준은 방어 수준이 아니다. 공격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 바로 그 차이에 달려 있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Thomas Kress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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