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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한화⑦] 30년 '선택과 집중' 대서사시 결정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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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알짜 사업이던 베어링과 정유 부문을 매각하며 생존을 도모했던 한화그룹이 2026년 또 한 번의 거대한 '창조적 파괴'를 단행했다. 14일 인적분할 결정을 통해 지난 30여 년간 그룹을 관통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의 결정판을 내놨기 때문이다.

방산과 에너지, 금융을 한 축으로, 기계와 유통, 로봇을 또 다른 축으로 나누는 이번 결단은 복합기업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각 사업군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경영 전략이다.

사실 한화그룹의 역사는 끊임없는 사업 재편의 역사다.

김승연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제2차 석유파동과 IMF 외환위기라는 거센 파도를 넘어야 했다. 특히 IMF 당시 그룹의 매출을 견인하던 한화에너지(정유)와 한화기계 베어링 부문 등을 매각한 것은 한국 재계 구조조정의 모범 답안으로 회자된다. 당시 뼈를 깎는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이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라는 전화위복의 씨앗이 되었고,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제조 중심에서 금융으로 다변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매각과 인수 DNA는 2015년 삼성과의 빅딜로 이어졌다.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등을 인수하며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의 덩치를 키운 한화는, 이를 통해 현재 그룹의 핵심 먹거리인 'K-방산'의 기틀을 마련했다. 반면, 비주력 사업이나 경쟁력이 약화된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거나 분할하는 유연함을 보여왔다. 이번 인적분할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분할의 핵심은 ㈜한화라는 거대 지주사 아래 혼재되어 있던 사업군을 성격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다. 존속법인인 ㈜한화는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양(한화오션), 에너지(한화솔루션), 금융(한화생명) 등 그룹의 굵직한 기간산업과 캐시카우를 담당한다. 이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주력 사업군이자, 글로벌 안보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중후장대' 영역이다.


반면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는 한화비전(영상보안), 한화정밀기계(반도체 장비), 한화로보틱스, 그리고 한화갤러리아와 호텔앤드리조트 등 유통·서비스 부문을 가져간다. 이는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하는 영역으로, 빠른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B2C 및 하이테크 사업군이다.

사진=한화

사진=한화


이번 분할을 통해 한화는 소위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방산의 호실적이 유통의 부진에 가려지거나, 반도체 장비의 성장성이 방산 리스크에 묻히는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 사업부를 분리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재계가 이번 인적분할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승계 구도의 가시화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담당하는 영역이 이번 분할을 통해 물리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더욱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존속법인을 통해 그룹의 본류인 방산과 에너지를, 차남 김동원 사장은 존속법인 산하의 금융 부문을 맡게 된다. 그리고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신설법인의 지휘봉을 잡고 독립 경영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특히 신설법인은 반도체 장비와 로봇이라는 미래 성장 동력과 백화점, 호텔이라는 현금 창출원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어, 김동선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독자적인 무대를 갖추게 되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신설법인의 지분 정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김동관 부회장이 보유하게 될 신설법인 주식과 김동선 부사장이 보유한 존속법인(혹은 한화에너지) 주식을 맞교환(스왑)하는 방식을 통해, 형제간 계열 분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는 효성그룹이나 LG그룹의 분할 사례에서도 확인된 공식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존속법인은 방산 수출 호조와 금융업의 안정성 덕분에 탄탄한 흐름이 예상되지만, 신설법인은 과제를 안고 있다. 유통 부문의 수익성 둔화를 로봇과 정밀기계 등 신사업의 성장성으로 얼마나 빠르게 상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동선 부사장이 주창하는 '피지컬 AI'와 푸드테크가 단순한 비전을 넘어 실질적인 숫자로 증명되어야 한다.


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와 자사주 소각 약속 이행 여부도 시장의 감시 대상이다. ㈜한화는 이번 분할과 함께 자사주 전량 소각과 배당 확대를 약속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응하는 동시에 승계 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화의 이번 선택은 '생존을 위한 변화'에서 '성장을 위한 분화'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한국화약에서 출발해 글로벌 방산·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 한화가,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각 사업군의 전문성을 살린 '뉴 한화'의 퍼즐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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