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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한화①] 30년 구조개편의 완결판, 인적분할로 3세 경영과 밸류업 동시에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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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가 14일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등을 존속 법인에 남긴 후 테크·라이프 부문은 신설 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떼어내는 그림이다.

1952년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한국화약으로 시작해 1981년 김승연 회장의 취임,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70여 년간 이어져 온 한화라는 거함의 항로가 완전히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한화는 6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7월 중 분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의 신호탄이자 3세 경영 승계라는 거대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사진=한화

사진=한화


무겁고 긴 호흡의 사업, 가볍고 빠른 호흡의 사업
이번 인적분할의 핵심은 사업의 속성과 주기가 완전히 다른 영역을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데 있다.

그동안 ㈜한화는 방산과 건설, 그리고 금융과 유통이 한 바구니에 담겨 있어 서로의 가치를 잠식하는 이른바 복합기업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다. 실제로 방산은 국가 간 계약인 G2G를 기반으로 하며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기 호흡의 산업인 반면 유통과 서비스는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B2C 기반의 빠른 호흡을 가진 산업이다.


이질적인 두 사업군이 한 지붕 아래 섞여 있다 보니 자본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장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존속법인인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그리고 한화솔루션을 거느리며 글로벌 방산과 에너지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여기에 한화생명보험을 위시한 금융 계열사들이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며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 투하와 장기적인 R&D가 필수적인 중후장대형 산업군이다.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한화비전과 한화모멘텀 그리고 한화로보틱스와 같은 하이테크 제조 부문과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라이프스타일 부문을 통합한다.


언뜻 보기에 로봇 제조와 백화점 운영은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화는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호텔과 백화점, 그리고 급식 서비스 현장에 직접 적용해 서비스의 질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의미한다.

김동관 부회장. 사진=한화

김동관 부회장. 사진=한화


숫자로 보는 분할의 디테일과 주주환원 의지
이번 분할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기존 주주들이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모두 갖게 되는 구조다. 과거 LG화학의 물적분할 당시 불거졌던 기존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존속법인 76.3% 신설법인 23.7%로 산정되었다. 예를 들어 ㈜한화 주식 1000주를 가진 주주라면 향후 존속법인 주식 763주와 신설법인 주식 237주를 받게 되는 셈이다. 분할 기일은 7월 1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가 소집된다.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파격적인 당근책도 함께 제시되었다.

㈜한화는 임직원 성과보상분인 RSU를 제외한 자사주 445만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보통주의 5.9퍼센트에 해당하는 물량이며 금액으로는 1월 13일 종가 기준 4562억원에 달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이 발표한 자사주 소각 규모 중 최대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가장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꼼수를 쓰지 않겠다는 투명 경영의 선언이기도 하다.

주주들이 가장 환호할 수 있는 배당 정책도 강화했다. 지난해 주당 800원이었던 배당금을 올해는 25퍼센트 인상한 1000원으로 설정했다. 신설법인 역시 설립 첫해부터 주당 1000원의 배당을 약속하며 주주 가치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사진=각 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사진=각 사.


김승연 회장이 설계한 삼각 편대와 3세 경영의 완성
이번 인적분할은 표면적으로는 사업 구조의 효율화로 평가되지만 이면에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의 완성이 깔려 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이번 분할로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평가한다.

우선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존속법인 ㈜한화를 통해 그룹의 핵심인 방산과 우주 그리고 에너지를 총괄한다. 이미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 있는 그는 이번 분할을 통해 글로벌 방산 톱티어 도약이라는 과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차남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부문을 맡아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글로벌 금융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물론 홀로서기 가능성은 사실상 확정적이라 추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의 홀로서기다. 그동안 그룹 내에서 유통과 호텔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을 맡아왔던 김 부사장은 이번 신설 지주사 설립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경영 영역을 구축하게 되었다.

특히 로봇과 반도체 장비 등 첨단 기술 부문이 김 부사장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단순히 백화점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로봇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와 스마트 빌딩 솔루션 등 미래 신산업을 주도하라는 김승연 회장의 특명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다.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매각 절차에 들어간 파이브가이즈의 성공적인 국내 안착과 아워홈 인수, 그리고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인수 등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미 검증이 됐다.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그의 이러한 광폭 행보를 뒷받침할 든든한 본진이 될 전망이다.

사진=한화

사진=한화


한화의 역사
㈜한화의 이번 구조 개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화그룹이 걸어온 30년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2년 한국화약에서 ㈜한화로 사명을 변경하며 종합 산업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던 한화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생존을 위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았다. 확장과 변화를 통해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화기계와 한화골든벨 등을 흡수합병하며 계열사를 단순화하고 내실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또한번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4년 삼성으로부터 방산과 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이 역시 지금의 한화를 존재하게 만든 '특이점'으로 평가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의 행보는 집중과 분리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당장 ㈜한화는 방산 부문을 떼어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시키며 방산 역량을 한곳으로 모았다. 동시에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해 ㈜한화 자체의 덩치를 키우고 배당 수익에만 의존하던 지주사의 한계를 벗어났다. 한화모멘텀을 물적분할하고 태양광과 해상풍력 사업을 한화솔루션과 한화오션으로 재배치하는 등 계열사 간 경계를 허무는 사업 재편을 숨 가쁘게 진행했다.

이번 인적분할도 비슷한 행간이다. 일련의 구조 개편 작업의 정점이자 10년 넘게 이어져 온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방산은 록히드마틴을 꿈꾸고 신설법인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지향한다

존속법인 ㈜한화는 이번 분할을 계기로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타이밍도 좋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K방산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는 이미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으며 한화오션의 잠수함과 수상함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존속법인은 이러한 방산 계열사들의 컨트롤타워로서 대규모 R&D 투자와 해외 생산 거점 구축을 주도하며 2030년 글로벌 10대 방산 기업 진입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할 계획이다.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의 미래도 밝다.

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유통과 서비스 산업에서 무인화와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신설법인은 한화로보틱스의 협동 로봇 기술과 한화비전의 지능형 CCTV 분석 기술을 갤러리아백화점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그리고 아워홈의 급식 사업장에 전면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아워홈의 대형 급식소에 조리 로봇과 배식 로봇을 투입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한화비전의 AI 카메라로 고객의 동선과 소비 패턴을 분석해 갤러리아백화점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식이다. 이는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된 피지컬 AI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며 기존 유통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분할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복합기업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여 안정성은 높지만 특정 사업의 성과가 전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분할을 통해 투자자들은 방산과 에너지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은 존속법인에 로봇과 유통의 성장성을 믿는 사람은 신설법인에 선별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비방산 부문을 인적분할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분할 후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분할 전보다 35%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이번 인적분할은 그룹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며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대폭 강화한 점도 긍정적이다. 이는 대기업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편견을 깨고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천무 다연장 로켓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천무 다연장 로켓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남은 과제와 미래는?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신설법인이 가져가게 될 유통과 레저 사업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이다. 여기에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실적 개선은 김동선 부사장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평가다.

로봇과 정밀기계 사업 역시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신설법인의 현금 창출 능력이 얼마나 뒷받침될지가 관건이다. 향후 한화에너지와 존속법인 ㈜한화의 합병 가능성 등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대해서도 시장과의 투명한 소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적분할은 한화그룹이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방산이라는 든든한 방패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이라는 날카로운 창을 동시에 거머쥔 한화. 김승연 회장이 다져놓은 기반 위에 세 아들이 펼쳐나갈 제3의 창업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한국 재계와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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