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그린란드 누크의 눈 덮인 주택가 모습. /AP 연합뉴스 |
미국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거듭 밝힌 가운데,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3국(미국·덴마크·그린란드) 고위급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났다. 협상 결렬 직후 덴마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그린란드에 병력을 급파하며 사실상의 ‘무력시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합병 의지를 굽히지 않자, 유럽 동맹국들이 연합 훈련을 명분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협상 깨지자마자… 나토군, 그린란드 집결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국방부는 이날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그린란드와 인근 지역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북극의 인내 작전(Operation Arctic Endurance)’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국방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북극의 특수 환경에서 작전 능력을 배양하고 유럽 및 북극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필수 기반 시설 경비와 현지 자치 정부 지원, 전투기 배치 및 해상 작전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통상적인 훈련 형식을 띠고 있으나, 미국이 그린란드 영유권 이양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시점에 전격적으로 병력이 전개됐다는 점에서 미국을 향한 강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덴마크 외무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왼쪽)과 그린란드 외무장관 비비안 모츠펠트가 2026년 1월 14일 미국 워싱턴 D.C. 소재 덴마크 대사관에서 미국 부통령 J.D. 밴스와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와 회담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
이번 작전에는 덴마크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나토 핵심 회원국들이 대거 동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프랑스군 선발대가 그린란드로 향하고 있으며 추가 병력도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덴마크의 요청에 따라 병력을 파견한다”고 전했으며, 독일은 정찰 임무 수행을 위해 13명의 병력을, 노르웨이는 장교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관계자는 “회원국들이 집단으로 북극 지역 주둔 병력을 증강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해, 이번 파견이 일회성 훈련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 회담 “레드라인 존중하라” 평행선
앞서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을 만나 약 1시간 동안 고위급 협상을 가졌다.
1월 14일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J.D. 밴스 부통령이 덴마크 외무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과 그린란드 외무장관 비비안 모츠펠트와의 회담을 마친 후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행정관청 건물을 떠나고 있다./AFP 연합뉴스 |
양측은 미국의 안보 우려와 그린란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견 조율을 위한 실무 그룹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덴마크 측은 “실무 논의는 덴마크 왕국의 ‘레드라인’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여기서 레드라인은 그린란드의 영유권을 미국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 역시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환영하지만, 미국의 영토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골든돔 위해 반드시 필요… 베네수엘라 봤지 않나”
협상 난항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우리는 그것(그린란드)이 필요하다”며 “뭔가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덴마크 시민들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그는 특히 자신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구상인 ‘골든돔(Golden Dome)’ 구축에 그린란드가 지정학적으로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려 들면 덴마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지난주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군사적 개입 능력까지 과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와 20세기 초 미국이 덴마크에서 버진아일랜드를 사들인 사례를 거론하며 자신의 요구가 역사적 맥락이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통화에서 그린란드와 관련해 모종의 조치를 원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한편, 이번 3국 외무장관 회담 이후 미 상원의 초당적 모임인 ‘북극 코커스’ 소속 의원 대표단이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외교·군사적 긴장감은 당분간 고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