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한 것은 ‘환율 사수’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 침체 우려는 완화됐지만 널뛰는 환율과 여전히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한은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이 15일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직전 결정문에서 언급했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라는 문구를 뺐다. 환율 불안정이 계속되고, 부동산 시장 불안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더 나아가 ‘금리 인상’ 기조 전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이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금리 인하’ 여지를 아예 뺀 것이다.
최근 고환율에 부동산 과열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동결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 1421.97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1394.97원)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76.35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해 연말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연초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그나마 15일 새벽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구두개입 이후 환율이 1460원대로 급락했다.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도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12.5원 내린 146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구두개입 이후 원화 약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수급 불균형을 비롯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들은 여전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궁극적으로는 체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앞서 한은은 올해도 1470원대 수준의 환율이 이어진다면 연간 소비자물가가 0.3%포인트가량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여러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매수 심리는 여전히 뜨겁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0.18% 올랐다. 전주(0.21%)보다 상승폭은 작아졌지만, 지난해 2월 이후 48주 연속 상승세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121로 한달 전보다 2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6·27 대책’ 발표 이후 7월 109로 떨어진 뒤 차츰 오르다가 지난달 11월 119로 다시 떨어졌는데,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한국 기준금리 추이 |
이창용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큰 폭 하락했다가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거주자 해외투자 지속 등으로 다시 1400원대 중후반으로 높아졌다”며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 증가 규모 축소, 기타대출 순상환 등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도권 주택가격은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한 것 또한 금리 인하의 명분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기존 1.6%에서 0.2%포인트 올리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4년 11월 1.8%로 제시한 뒤 지난해 5월 1.6% 낮춘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이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도 소비 회복세 지속, 건설투자 부진 완화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1.8%)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경기의 상승세 확대, 예상보다 양호한 주요국의 성장 흐름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다소 증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이 1.8%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도 금리 동결 장기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6년 2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100명 중 67명은 오는 2월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1월 전망(34명)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금리 상승이나 하락을 내다본 전문가는 각각 11명에서 6명, 55명에서 27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환율은 안정시키기 위한 방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한미 간 경제성장률 격차 등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시중 통화량 증가가 고환율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경제성장률) 대비 M2(광의 통화량) 비율은 153.8%로 미국(71.4%)이나 유로 지역(108.5%)보다 높았다. 다만 한은은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보면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환율이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