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이란이 14일(현지시간) 반(反) 정부 시위에 가담한 자국민에 사형을 집행할 것이란 소식에 군사 개입을 시사했던 미국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며 군사개입을 잠정 보류할 방침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 행사에서 “우리는 상당히 강력하게 (이란의 시위대 살해 중단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그 모든 의미가 뭔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형 계획도, 한 건 또는 여러 건의 처형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그런 일(시위대 처형)이 발생했다면 모두가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해가 중단됐으며 처형이 중단됐다는 정보를 방금 접했다”며 “지난 며칠간 사람들이 얘기했던 그 처형은 없을 것이다. 오늘이 처형일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살해가 중단됐다는 소식을 누가 말해줬나’라는 질의에 “다른 편의 매우 중요한 소스”(very important sources on the other side)라고 답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선택지는 배제되는 것이냐’는 후속 질의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하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소식을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잘 아는 사람들으로부터 받았다”고 덧붙였다.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보안군 병사들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이란 국기와 친정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 |
이날은 이란에 대해 미국이 군적 개입을 금명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다 상황이 급변했다. 이란 사법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시민들에 대한 재판과 형집행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 밝혔다. 지난 8일에 사형선고를 받은 에르판 솔타니(26) 등에 대해 이날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중동 최대 미군기지인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비필수 인력 일부를 철수하라는 권고를 내려, 이란 개입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알우데이드 기지에 머무는 일부 인력에 이날 저녁까지 기지를 떠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이를 두고 한 유럽 관리는 로이터에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크다”며 “24시간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의 한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개입 범위와 시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긴장이 고조되던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시위대의 유혈진압과 사형집행 계획을 철회했다며 군사개입은 잠정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군사 개입에 유보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이란 정권 내부 결속력이 예상보다 단단하다는 진단도 한 몫 한다.
발리 나스르 미 외교협회(CFR) 위원은 영국 매체 가디언에 “이란 정권 내 이탈이나 분열의 징후는 없다”며 “시위대가 우위에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군중은 상대방이 무너질 때 승리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레이 타키 CFR 선임연구원은 “(반 정부 시위가) 아직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진단과도 일치한다. 이스라엘은 최근 미국 행정부에 아직 미국의 군사 공격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만큼 이란 체제가 약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어 이란 정권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리자며,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보류할 것을 제안했다.
이란 신정정권이 이번 시위를 ‘이스라엘의 사주에 의한 반란’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응하는 상황도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이 관여하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최고국가안보회의 등 이란 핵심 권력층은 이번 사태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사주에 의한 반란’으로 규정하며 국가안보를 수호하겠다는 말로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다. 이란의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IRGC의 모하마드 파크푸르 총사령관은 14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가리켜 “이란 청년들과 국가 안보 수호자들 살해범”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강한 이란을 겨냥한 백악관과 텔아비브 통치자들의 음모를 무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는 것은 기존 핵심 권력층에 정치적 명분을 강화해줄 수 있다.
미국이 주저하는 사이 유혈사태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약 2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과거의 소요 사태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억압이라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기반의 인권 단체 IHR은 시위 18일째인 이날까지 시위 참가자 중 최소 342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IHR이 전날 집계한 734명에서 약 5배로 뛴 숫자다. 앞서 미국 CBS방송은 이란 시위 관련 사망자가 1만2000명에서 2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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