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아주경제 언론사 이미지

[기원상 컬럼] 태권도 산업을 만든 사람, 이준구

아주경제 앙트레
원문보기
— K-컬처 시대, 이준구 사범이 남긴 기업가정신
[그래픽=노트북LM]

[그래픽=노트북LM]


태권도는 문화이기 이전에 산업이다. 교육, 도장, 장비, 대회, 외교와 제도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지속된다. 고(故) 이준구 태권도 사범의 삶은 태권도가 어떻게 문화에서 산업으로 전환됐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이른 사례다.

1950~60년대 미국에는 태권도 시장이 없었다. 한국은 낯설었고, 동양 무술은 구경거리에 가까웠다. 이준구 사범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어떻게 알릴 것인가가 아니라, 왜 지속될 수 있는가였다. 그는 태권도를 싸움 기술이 아닌 교육과 규율, 안전의 언어로 재정의했다. 이는 콘텐츠의 포장을 바꾼 선택이 아니라 산업이 작동할 조건을 설계한 결정이었다.

유통 전략은 태권도 산업화의 핵심이었다. 그는 도장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으로 태권도가 확산된 배경이다. 산업은 광고로 커지지 않는다. 신뢰를 통해 확산된다. 오늘날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성장 경로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품질과 안전에 대한 집요한 문제의식은 태권도를 산업으로 만들었다. 제자의 부상을 계기로 직접 보호장비를 개발한 선택은 전통보다 신뢰를 우선한 결정이었다. 이 장비는 이후 국제대회 표준의 출발점이 됐다. 산업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다.

브랜드 전략에서도 기준은 일관됐다. 세계적 인물들과의 교류는 단기적 홍보가 아니라 태권도의 신뢰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유명 인물을 활용하되 종속되지는 않았다. 산업의 중심은 언제나 태권도 자체에 두었다. 이는 스포츠 산업에서 IP 주권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준구 사범의 성취는 개인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전역의 도장 네트워크, 해외 사범 파견, 제도 설득으로 이어지며 태권도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종목 하나를 글로벌 산업으로 키운 선택이었다.


오래된 격언이 있다. “풍랑이 배를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배가 침몰한다.” 이준구 사범의 선택은 언제나 방향에 있었다. 빠른 확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착이었다. 그는 태권도를 수출한 것이 아니라, 태권도 산업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지금 태권도는 다시 질문 앞에 서 있다. 문화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산업적 설계는 충분한가. 개별 도장과 이벤트를 넘어 교육, 장비, 인력, 국제 표준, 외교까지 하나의 구조로 묶고 있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기념이 아니라 재현이다. 제2, 제3의 이준구가 나올 수 있도록 태권도 산업 전반을 바라보는 장기적 설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태권도가 문화유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산업으로 남는 유일한 길이다.
앙트레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2. 2김병기 금고 추적
    김병기 금고 추적
  3. 3김병기 금고 행방 추적
    김병기 금고 행방 추적
  4. 4박나래 전 매니저 고소
    박나래 전 매니저 고소
  5. 5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아주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