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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미국의 '카드 금리' 상한 논쟁… 한국 금융정책이 읽어야 할 교훈

아주경제 김준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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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용카드 이자율 상단을 10%로 제한하겠다고 예고하자 뉴욕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하락했고 주요 금융주 주가는 큰 폭으로 밀렸다. 월가의 은행들은 이 정책이 소비자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표면적으로 이 정책은 서민 보호라는 명분을 갖는다. 평균 20%를 넘는 신용카드 금리를 낮추겠다는 발상은 정치적으로도 직관적이다. 그러나 금융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금리를 인위적으로 제한했을 때 신용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은 도덕의 언어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위험을 가격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금리 상한은 위험을 제거하는 장치가 아니라, 위험을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금리 규제가 강화되면 가장 먼저 신용 접근이 제한되는 계층은 고위험 차주들이다. 카드사들은 손실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대출 자체를 줄이게 된다.

그 결과는 역설적이다. 보호하려던 계층이 제도 금융에서 배제되고, 더 높은 금리의 비공식 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는 과거 여러 국가에서 반복돼 온 장면이다. 금리를 낮췄지만 금융 접근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숫자를 눌렀을 뿐 구조는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책이 정의를 목표로 한다면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신용카드 금리를 낮추고 싶다면 위험을 줄이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 소득의 안정성을 높이고, 신용 회복 경로를 명확히 하며, 불완전 판매와 과도한 수수료 구조를 손보는 일이 우선이다. 이런 설계 없이 상한선만 정하면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찾는다. 그 균형은 대개 취약한 쪽에 불리하게 작동한다.
미국 카드 금리 논쟁과 한국 금융정책

미국 카드 금리 논쟁과 한국 금융정책



이 논쟁은 한국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가계부채와 금융 규제를 둘러싼 논의에서 우리는 종종 결과를 누르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책은 반복해서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기본과 원칙, 상식은 분명하다. 금융은 설계의 문제다. 위험을 줄이고 신뢰를 높이는 구조에서만 성공적인 정책이 나온다. 신용카드 금리 상한 논쟁이 금융 시스템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결국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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