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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클러스터 지방 이전? 용수 확보에만 10년 걸려...골든타임 놓친다

헤럴드경제 배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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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관계자 “다른 지역 용수 검토 없어”
새만금 이전시 반도체 용수 확보 불가
일본 구마모토 TSMC 입주에 20개월
지방 이전론 확산시 반도체 전쟁서 韓 도태 우려
삼성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

삼성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지방 이전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용수 공급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에 전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용수를 확보하는데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분초를 다투는 반도체 글로벌 경쟁 속에 정치적 논리로 이전 논쟁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물관리 담당 고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용수는 사실상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겨우 맞춘 영끌 수준” 이라면서 “용수는 입지가 새로 정해지면 계획 수립부터 지자체 협의, 수계 조정까지 다시 시작해야 해 그 자체로 장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이외 다른 지역에서 용수 조성과 관련해 논의된 적은 없다”면서 “물은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있는 물을 갖고 어떻게 배분할 지를 살펴야 해서 국가 전체적으로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 산단 조성 사업은 2022년 1월 전력구 공사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 기준 75%의 공정률(인프라 조성 기준)을 기록했다. 공사 기간은 2027년 2월까지 총 62개월이다. 전체 면적은 416만㎡(약 126만평)이며 이중 SK하이닉스 부지가 197만㎡로 전체의 47.3%를 차지한다.

현재 2기 팹까지 쓰일 전력과 용수는 확보됐다. 지난해 초 착공한 변전소는 외관 공사가 완료됐으며, 2026년 9월 첫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용수라는 게 단순히 급수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반도체 산업은 초순수 생산 설비부터 공급 시스템, 폐수 처리, 재이용까지 전 과정에 걸친 인프라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에 새만금은 기획 단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새만금의 경우 갯벌이 있는 서해 바닷물을 담수화해도 반도체 용수로 부적합하다. 시도한다고 해도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매우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용수는 반도체 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반도체 공장 한 곳이 보통 중소도시 한 곳의 전기와 생활용수 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초순수가 사용된다. 웨이퍼를 수십 차례 세정하는 공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2030년대 중반까지 하루 약 133만톤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정도 규모의 물을 공급하기 위한 전용 관로와 취수 시설을 건설하는 데 최소 7년, 길게는 1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용인 클러스터는 이미 수년간의 지자체 협의와 행정 절차를 거쳐 1단계 용수 공급 사업(팔당댐 활용)의 설계를 마쳤거나 공사를 앞두고 있다.

만약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새만금 등 지방으로 옮길 경우, ▷기존 사업 폐기 및 기본계획 재수립 ▷신규 예비타당성 조사 및 환경영향평가 ▷인근 지자체와의 수계 배분 갈등 해결 등 모든 과정을 ‘제로(0)’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된 TSMC 제1공장은 착공 후 완공까지 20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조성이 시작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백지화하고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10년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속도전인 반도체 전쟁에서 참전도 못해보고 낙오한 꼴이 된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공업용수와 도로 등 인프라를 공장 건설 속도에 맞춰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역시 홋카이도 공장 건설에서 유례없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도 D램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전 논쟁이 아니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는 일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반도체 한 업계 관계자는 “용수 공급은 단순히 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이 아니라, 수계 전체의 물 수지를 분석하고 취수원 인근 지자체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정치·사회적 고차방정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만금으로 이전할 경우 금강 수계를 공유하는 지자체 간의 새로운 ‘물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며 “이 갈등 조정에만 수년이 소요되어 결국 반도체 전쟁에서 완패하게 될 것”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2년 만에 팹을 지을 때 한국은 입지 논란으로 10년을 허비한다면,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면서 “지금은 이전이 아니라 용인 클러스터의 인프라 구축 기간을 하루라도 더 단축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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