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의 본질은 금융사가 리스크를 감수하며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있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면 금융사가 판단과 실행을 맡는 선순환 구조여야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평가와 페널티가 결합하는 순간, '포용'은 의무가 되고 금융은 '관리 대상'으로 전락한다. 자율과 유도의 영역이 감독과 징계의 영역으로 변질되는 셈이다.
이미 은행권이 짊어진 공공성 비용은 한계치에 달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예금보험료 등 각종 기금을 통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 중이다. 최근에는 서민금융 출연요율마저 기존 0.06%에서 0.1%로 상향 조정됐다. 이로 인해 은행권이 추가로 지게 될 짐만 연간 2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 전체 출연금(연간 4348억원) 중 절반 이상인 2473억원(56%)을 은행권이 대고 있는 상황에서 포용금융 이행도에 따른 페널티까지 부과한다면, 이는 자율적 책무를 넘어 사실상의 '준조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 당국의 방식은 더욱 대조적이다. 프랑스의 '비피프랑스(BPIfrance)'나 독일의 'KfW(재건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직접 정책금융을 수행하며 민간 은행에는 인센티브를 통해 참여를 유도한다. 민간의 영업 판단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일본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는 사례다. 과거 '호송선단식 관치금융'의 전형이었던 일본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부실을 키우고 좀비기업을 양산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 바 있다.
금융당국은 평가 결과에 따라 출연요율을 인하하는 '인센티브'도 병행하겠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보상이라기보다 '잘하면 벌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조건 제시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미의 '당근'이 아니라 '채찍의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감독 권한의 차등 행사일 뿐이다.
정책의 목표가 선하다고 해서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포용'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정책의 작동 방식은 관치에 더 가깝다. 포용금융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다만 포용을 강제하는 순간 정책의 생명력은 시들기 마련이다. 진정한 포용은 채찍질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인책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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