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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완화’ 외쳤던 트럼프의 변심? 주가 급락한 월가 대형은행

조선일보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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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지지율, 11월 중간선거 겨냥한 트럼프의 미국 금융사 길들이기에 희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금융권 길들이기가 현실화되면서 뉴욕 증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작년 초 취임과 동시에 단행했던 규제 완화 기조를 기대하며 사상 최고치 랠리를 벌였던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허한 ‘역규제’ 시나리오에 직면했다. 고물가 대응을 명분으로 은행의 예대마진과 이자율을 직접 겨냥한 압박 카드를 꺼내 들자, 규제 철폐 기대에 젖어 있던 미국 금융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투자은행 로고. /연합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투자은행 로고. /연합뉴스


◇1년 전 금융 완화 외쳤던 트럼프에 월가 “배신감 느낀다”

14일 뉴욕증시에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전 거래일보다 4.2% 하락한 310.9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웰스파고 역시 각각 3.78%, 4.61% 급락했다.

이 같은 하락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사들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이상 신용카드 회사들이 20~30%가 넘는 이자율로 미국 국민을 ‘갈취(Ripped off)’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며 이달 20일부터 향후 1년간 신용카드 이자율을 연 10%로 제한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평균 신용카드 금리가 20% 안팎임을 감안할 때 은행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히는 조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서민 경제 안정을 명분으로 신용카드 이자율 상한제와 같은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밀어붙이면서,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월가의 배신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정부에 의한 시장 가격 결정권 침해이자 은행권에 대한 ‘팔 비틀기’다”라고 지적했다.

'가상 화폐 대통령' 되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7월 27일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비트코인을 금처럼 미 중앙은행의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상 화폐 대통령' 되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7월 27일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비트코인을 금처럼 미 중앙은행의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후보 시절 “도드-프랭크법은 재앙” 뒤집은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금융에 대한 규제 완화를 언급하며 미 대형 은행들의 기대를 키웠다. 후보 시절인 지난 2024년 9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그는 “도드·프랭크법을 비롯한 금융 규제들은 미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재앙”이라며 “취임 후 새로운 규제 하나를 만들 때마다 불필요한 규제 10개를 폐기하는 ‘10대1 규제 혁파’를 통해 금융 자유를 되찾아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도드-프랭크법은 오바마 정부 때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앙인 월가 은행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주로 담고 있는데, 정식 명칭은 ‘월가 개혁과 소비자 보호법’이다.


실제 작년 초에는 이러한 기대감에 힘입어 미국 은행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작년 1월 2일 240달러 선에서 거래를 시작한 JP모건은 취임식(1월 20일)을 전후해 가파르게 올라, 2월 초에는 270달러를 돌파했다. 2024년 말 570달러 수준이던 골드만삭스 주가는 규제 완화에 따른 인수·합병(M&A) 활성화 기대를 업고 작년 1월 한 달간 약 11% 상승하며 63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비서실에서 도드-프랭크 법안 검토와 관련된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비서실에서 도드-프랭크 법안 검토와 관련된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하지만 올해 들어 정책 방향이 서민 물가 억제를 위한 은행 수익성 환수로 급선회하며 금융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미 언론들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고 중간 선거를 겨냥한 차원의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금리에 신음하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은행권을 ‘공공의 적’으로 돌려세웠다”며 “공화당 내에서도 서민 경제 안정을 위해 대형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정책 급변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등 직접적인 가격 통제 수단을 동원한 것”이라며 “결국 물가 안정을 위해 후보 시절 약속했던 금융 자유화 공약을 희생시킨 셈”이라고 진단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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