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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수급추계서 'AI 도입'은 얼마나 큰 변수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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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라포르시안]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복합 만성질환 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 수용 급증,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인력 부족, 의사 1인당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사인력 확충 논의가 이뤄지는 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효과 적용 여부가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AI의 쓰임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진단 지원, 병원 내 행정 업무 자동화, 환자 관리 보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되는 추세다. AI를 활용해 반복적이고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AI 기술은 의사인력 수급 추계에서 '부수적 고려사항'이 아니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의사 수요를 단순히 인구통계학적 변수로만 예측하던 과거와 달리, AI 생산성, 보급률, 제도적 수용력 등이 추계 모델에 포함해 보다 현실적인 인력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는 의사 수요·공급 추계에 AI 기술의 영향을 변수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계위는 AI로 인해 의사 1인당 진료 처리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논의로 삼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면 추계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AI가 의료 현장에 도입되면서 업무 효율성 향상 의료 질 개선 행정 부담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의료분야에 도입된 각종 AI 기반 솔루션은 진단 보조, 문서 작성, 환자 상담 보조 등 의료진의 시간을 절감하고 진료 효율성을 높여 한 명의 의사가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를 증가시킬 여지가 있다. 단순·반복적인 서류업무 부담을 덜은 의사는 환자와의 직접적 상호작용, 치료 계획 수립, 복잡한 사례 해석 등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의료 서비스 질 개선도 가능하다.

EMR(전자의무기록) 자동 작성, 보험 청구 보조 등 AI가 행정 업무를 맡으면서 의사 번아웃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의사 수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넘어 의료인력 구조의 재정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달 국제학술지 'Yonsei Medical Journal'(YMJ)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료 인공지능 활용은 진료기록 작성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의사의 업무 시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영역 전반에서는 진단과 판독 시간이 최대 61퍼센트까지 단축됐다. 인공지능이 판독 및 검사 대상을 자동으로 선별함으로써 의사의 업무 부담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의료 인공지능이 진단 보조와 반복 업무를 대신함으로써 의사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해외 다수의 연구에서 의료 인공지능이 다양한 의료 영역에서 생산성, 정확성, 업무 효율을 향상하는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AI가 의사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 영상진단 분야에서는 AI가 판독 보조를 수행하면서도 환자 상태 파악, 임상적 판단, 팀 내 협업 등 의사가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AI가 단일 업무을 자동화하더라도 이를 의료시스템 전체에 통합하기 위해선 의료 조직, 법적 문제, 환자와의 소통 등 비임상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의사는 병원내 시스템 전체를 운영하는 역할'이란 점을 강조하며, AI가 직업 자체를 대체하기보다는 역할을 확장·변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의사인력 수급추계에서 AI가 미치는 영향을 반영할 때 몇 가지 중요한 고려점이 있다:

우선 AI 도입으로 의사 1인당 진료량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한 정확한 계량화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비율 설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AI 기반이 의료 솔루션이 모든 의료기관과 진료 분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 분야에서는 아직 기술적·윤리적 과제가 남아 있다.


AI 도구가 진단이나 치료 결정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독립적 역할을 할 경우 법적 책임, 오류 대응 등 새로운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아직까진 부재한 상황이다.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의료 인력의 재교육 및 신기술 수용 능력 강화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 수치적 의사 공급·수요를 넘어선 새로운 인력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추계위는 AI 생산성 향상과 근무일수 감소를 함께 고려한 복합 시나리오를 적용했다"며 "이는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절감된 시간이 곧바로 동일한 강도의 추가 진료량 확대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두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추계위 논의 과정에선 그 효과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AI 기술의 효과가 특정한 진단·검사 등 개별 영역에서는 높을 수 있으나 환자 상담·설명·다학제 협의 등 의사의 판단과 소통이 필수적인 영역까지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의견, 현재까지 객관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반면 의료계는 추계위가 내놓은 추계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효과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대한예방의학회 등이 주최한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에서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2040년에는 의사가 최대 1만7967명(전일제 환산 기준·FTE) 과잉 공급된다"고 분석했다.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AI로 인해 의사의 진료시간이 단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의사인력 증원 회피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명분으로 활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AI는 도구에 불과하며, 도입에는 비용과 책임, 윤리와 안전,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뒤따른다"며 "현장에선 AI가 아니라 인력 부족이 먼저다. AI로 절감되는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은 환자 안전, 충분한 설명, 다학제 협진으로 돌아가야지 '증원 회피'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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