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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 내려놨지만 자리는 유지?…강호동 농협회장 '보여주기 쇄신'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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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쇄신안을 내놓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회장직 사퇴는 빠져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각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에서 각종 비위 의혹과 내부 통제 부실이 드러난 직후 나온 조치로 실질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강 회장은 지난 13일 사과문을 통해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안을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아 뼈를 깎는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선제적 혁신을 통해 개혁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쇄신안은 권한 재편 외부 감시 강화 제도 개선 임원진 책임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중앙회장이 관례적으로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인사를 포함한 경영 전반은 사업전담대표이사 등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고 회장 본인은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도 사임하기로 했다.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해외 출장 경비 집행과 관련해서 그는 "해외 출장 시 일일 숙박비 250불을 초과 집행한 점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송구스럽다"며 "관련 비용은 전액 환입하고 제도와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 임원 선거제도 등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과와 쇄신안 이후에도 커지는 '책임론'


그러나 업계와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랜 기간 '관례'라는 이름으로 누려온 특권의 일부를 내려놓았을 뿐 농협 개혁의 본질에는 전혀 다가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농은 "불법 선거자금, 뇌물수수 의혹,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중대한 사안의 중심에 현 회장이 있다"며 "중앙회장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셀프 개혁'으로는 농협에 대한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농협 개혁의 출발점은 강 회장의 중앙회장직 사퇴"라고 강조했다. 조합원이 중앙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 도입과 독립적인 감사기구 설치 요구도 제기했다. 겸직 해소와 권한 위임만으로는 권력 구조의 핵심이 바뀌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개혁위원회 구성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입하기보다 농협이 자율적으로 구조 개선에 나설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자율적 쇄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부의 시선은 한층 엄격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은 협동조합인데 조합원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며 "제도가 미비해 협동조합 정신을 어그러뜨리는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자금 흐름 같은 것을 소수 간부만 알고 결정하는 구조는 조합원 이익과 상충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 '농협 개혁 추진단'을 꾸려 선거제도와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후속 입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발표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토대로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감사체계도 가동한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까지 포함된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 장관은 "3월까지 합동 감사체계를 운영하며 미진한 부분은 추가로 조사하고 필요한 사안은 수사 의뢰하겠다"며 "할 수 있는 조치는 강력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회장 선거 전후 시기 농협 계열사와 거래하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다. 향후 최종 감사 결과에서 추가 의혹이 드러날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농협 쇄신에 대한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쇄신안과 사과문 발표에 대해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겸직 사임과 출장비 환입은 불가피한 조치일 뿐 쇄신의 실체로 보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보완, 인사 개입 차단, 금권 선거 방지 등 제도 전반을 어떻게 손볼지가 핵심 쟁점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감사와 후속 조치가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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