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비즈워치 언론사 이미지

[인사이드 스토리]희토류가 흔드는 미중 패권…한국 선택지는?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강민경 기자 ]
원문보기
관세에서 희토류까지…패권 경쟁 재점화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미국의 선택
채굴도 가공도 없는 한국 '더 좁아진' 선택지



관세에서 시작된 미중 패권 경쟁이 희토류와 핵심광물로 전선을 옮겼습니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쥐고 흔들자 미국은 동맹국을 묶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완전한 탈중국이 아닌 '디리스킹'을 전면에 내건 핵심광물 외교가 본격화된 배경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공급망 취약성과 지정학적 균형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게 됐습니다.

생산 70%·정제 90%…中 집중의 현실

지난 12일(현지시각)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열린 핵심광물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는 미국 재무부 주도로 열렸는데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G7 국가와 호주·인도·멕시코·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참여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핵심광물 수요를 합치면 전 세계의 약 60%에 달합니다.

미 재무부가 공개한 성명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공급망 조작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동맹국과 함께 취약 지점을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각국이 자국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투자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가격 하한선 설정과 대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신규 파트너십 공공 금융기관 지원, 세제 인센티브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죠.

희토류는 전기차·반도체·방산·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이는 17종의 금속 원소입니다. 매장량이 제한적이어서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전략 자산이죠. 다만 환경오염과 인건비 부담 등의 이유로 채굴과 가공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왔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가 중국에서 나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제 단계입니다. 전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9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수출 통제나 정책 변화가 곧바로 가격 변동성과 조달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심광물 공조를 기존 통상 협상과는 다른 국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이 전 세계 매장량 및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데다 정제·가공의 90%를 장악하면서 미국이 사실상 발목을 잡힌 구조"라고 진단합니다. 다른 국가들이 채굴과 정제를 외면한 결과 중국 의존이 고착됐다는 설명입니다.

글로벌 희토류 매장량 및 생산량./그래픽=비즈워치

글로벌 희토류 매장량 및 생산량./그래픽=비즈워치


중국은 희토류를 가격이나 물량이 아닌 '불확실성' 자체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부 희토류 품목의 대미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을 상대로 군사·민간 양용 물자에 대한 통제를 공식화했습니다. 제3국을 통한 우회 공급에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입니다.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김 교수는 "경제 논리라기보다 지정학적 신호에 가깝다"며 "정치적 메시지가 곧바로 공급망 리스크로 전이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취약성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박소희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희토류는 산업용 원재료를 넘어 국방과 직결되는 전략물자이자 전형적인 이중용도 품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AI 반도체와 전기차뿐 아니라 전투기·잠수함·미사일 제조에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통상 이슈를 넘어 안보 변수로 작동한다는 겁니다. 실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 화합물과 금속의 약 70%는 중국산이었습니다. 박 연구원은 "최근 중국이 희토류 원소뿐 아니라 채굴·제련·분리·자성재료 제조 등 관련 기술과 장비까지 통제 범위를 넓혔다"며 "공급망 전반을 조이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짚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자국 내 광산과 제련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동맹 블록을 통한 분업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광산부터 정제까지 일괄 자립이 단기간에 어렵다는 판단에서죠.

김 교수는 이를 조선 산업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안 하다 보니 인력과 설비가 사라진 것"이라는 겁니다. 희토류도 다시 체계를 구축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다는 얘기죠. 박 연구원 역시 "중국이 수십 년 앞서 구축한 체제를 따라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줄타기

한국의 선택지는 제한적입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채굴도 가공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중국과 정면 충돌을 피하며 관리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EU조차 중국 의존도를 90%에서 4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의 구조적 취약성은 이보다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에서도 긴장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중국의 대일 수출 통제가 일본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한국 산업 전반에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죠. 중국 원료→일본 가공→한국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한중일 공급망의 연결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디스프로슘·이트륨 등 중국 점유율이 높은 중희토류를 중심으로 공급망 교란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대응책 마련에도 나섰습니다. 중국의 이중용도 통제 품목과 연관된 대일 수입품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 확대 가능성과 대체 수입처를 선제적으로 검토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출범한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는 산업안보 공급망 TF로 확대 가동됩니다.


민간 기업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미국의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폐영구자석을 원료로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을 재활용·정제하는 사업입니다. 미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내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 등 전기차 모터와 방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한미 양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 '줄타기'에 가까운 외교·통상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과 정면으로 날을 세우기보다, 기존 한중 FTA 틀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직접적인 수출 통제 대상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중국이 정치적 판단으로 통제 카드를 꺼내드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는 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다만 이러한 관리 전략이 공짜일 수는 없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과 체결된 다수의 협력 MOU를 보면 한국에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중국과의 협력은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또 다른 딜레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배터리나 AI 등 전략 산업일수록 선택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경쟁은 관세 전쟁을 넘어 구조적인 공급망 전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당장 희토류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는 만큼 이를 관리하는 동시에 기술·정제 역량과 재자원화 전략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며 "국제 공조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실력을 차분히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장윤정 고현정 기싸움
  2. 2김병기 금고 행방
    김병기 금고 행방
  3. 3울산 웨일즈 변상권 김도규
    울산 웨일즈 변상권 김도규
  4. 4워니 더블더블
    워니 더블더블
  5. 5안세영 인도 오픈 8강
    안세영 인도 오픈 8강

비즈워치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