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그룹이 공개한 스마트 플레이(LEGO® SMART Play™) 시스템 / LEGO |
우리가 손으로 만지고 조립하던 레고 블록 안에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소식, 들어보셨죠?
레고 그룹은 1월 6일 스마트 플레이(LEGO® SMART Play™) 시스템을 공식 발표하며, 이를 레고 역사상 가장 큰 혁신 중 하나라고 소개했어요.
다만 반도체가 들어간다고 해서 레고가 전자기기나 게임 콘솔로 바뀌는 건 아니에요.
레고는 전자기기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다
레고는 오랫동안 순수한 물리적 조립 놀이의 상징이었어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장난감이 앱과 화면, AI 연동으로 확장됐지만, 레고는 오히려 화면을 배제하는 쪽을 택했죠.
이번에 공개된 기술은 화면이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아닙니다. 앱 설치나 프로그래밍이 필수도 아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꺼낼 필요도 없어요.
레고는 전자기기를 만들고 싶어서 반도체를 넣은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아날로그 놀이를 전자 기술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레고 그룹이 스마트 플레이 시스템을 적용한 스타워즈 시리즈 'SMART Play™: 루크의 레드 파이브 X-윙™'을 최근 공개했다. 2026년 3월 출시될 예정이다. / LEGO |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는 놀이를 만들기 위해
레고는 조립하고 완성된 모형을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의 행동 자체에 반응하는 놀이를 구현하려 했습니다.
블록을 움직이면 소리가 나고, 다른 브릭에 가까이 가면 반응이 달라지며, 흔들거나 공중으로 던지면 또 다른 빛과 소리가 이어집니다. 이런 즉각적인 반응은 기존 블록 놀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요소죠.
이 반응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 장치가 2×4 크기의 '스마트 브릭(Smart Brick)'이에요.
겉모습은 일반 레고 브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부에는 여러 반도체 기반 기술이 숨겨져 있어요.
스마트 브릭에는 가속도 센서와 광센서, 사운드 센서가 들어 있고, 초소형 스피커와 내장 신시사이저를 통해 다양한 소리를 직접 만들어 냅니다. 주변 색상을 인식하는 컬러 인식 기능과 반응형 조명도 함께 탑재돼 있어요.
스마트 브릭은 가속도·광·사운드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 초소형 스피커와 내장 신시사이저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 수 있다. 컬러 인식 기능과 반응형 조명도 갖추고 있다. / LEGO |
여기에 스마트 태그(Smart Tag)와 스마트 미니피겨(Smart Minifigure)가 더해집니다.
스마트 태그는 얇은 타일 형태로, 현재 상황이나 역할을 스마트 브릭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태그가 몬스터 트럭인지, 공룡인지, 혹은 특정 장비인지 인식하면 브릭은 그에 맞는 반응을 실행하죠.
스마트 미니피겨는 각 캐릭터마다 성격 설정이 들어 있어,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줍니다. 용감한 캐릭터와 겁이 많은 캐릭터가 같은 공간에 들어가도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각각의 스마트 브릭은 주변의 다른 스마트 브릭, 스마트 태그, 스마트 미니피겨와의 관계를 인식하고, 서로의 위치와 방향, 비틀림이나 휘두름, 던짐 같은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다 / LEGO |
이 모든 작동의 바탕에는 레고가 자체 설계한 맞춤형 실리콘 칩과 위치 인식 기술이 있습니다.
스마트 브릭은 다른 스마트 부품과의 상대적인 위치, 방향, 움직임을 인식하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브릭이 던져졌는지, 흔들리고 있는지까지 감지해 상황에 맞는 빛과 소리를 즉각적으로 만들어 내요.
내장된 사운드 합성기는 소수의 기본 음원을 조합하고 변형해, 제트기 엔진 소리부터 일상적인 효과음까지 다양한 소리를 생성합니다. 관련 기술에는 20건이 넘는 특허가 적용됐어요.
스마트 브릭은 플러그를 꽂는 대신 전동 칫솔처럼 코일을 통해 충전된다 / LEGO |
스크린 없이 즐기는 상호작용
대부분의 최신 장난감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거나 화면을 활용합니다.
화면 중심 놀이는 강력하지만, 아이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놀이 경험을 디지털 장치에 의존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기술이 놀이를 대신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레고는 이런 흐름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 접근은 레고의 오랜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여줍니다.
▲ 상상력 중심의 놀이
▲ 손으로 만지고 조립하는 경험
▲ 화면에 의존하지 않는 플레이
스마트 미니피겨는 각 캐릭터마다 성격 설정이 들어 있어,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 LEGO |
기술의 성숙과 시장 환경의 변화
레고가 최근 반도체 기반 놀이를 도입한 데에는 기술적 배경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도체 기술은 초저전력 설계, 소형 센서, 무선 충전, 사운드 합성 등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이 덕분에 작은 브릭 안에서도 성능과 배터리 지속 시간,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센서 기반 입력과 반응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습니다.
이런 기술 트렌드의 성숙이 있었기에, 레고는 전통적인 블록 놀이 속에 첨단 기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죠.
스마트 태그와 미니피겨가 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브릭 근처에 오면, 브릭이 빛과 소리를 내며 반응한다 / LEGO |
결국 레고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반도체 적용은 레고가 바라보는 놀이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먼저, 레고의 출발점은 여전히 '블록으로 노는 장난감'입니다.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단순한 블록 조립을 넘어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는 몰입형 놀이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스마트 브릭과 태그, 미니피겨의 반응성 기술 덕분에 아이가 만든 환경과 캐릭터는 행동에 따라 즉시 반응하고, 장난감은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존재가 됩니다. 이는 기존의 조립 완성형 놀이와는 다른 경험입니다.
동시에 레고는 놀이를 넘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에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스토리 기반 세계관과 인터랙션을 결합해, 아이들이 모형 재현 수준을 넘어 자체 서사를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스타워즈 세트에서는 전투 장면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스마트 브릭과 미니피겨의 반응이 이어지며, 놀이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서사로 확장됩니다. 장난감이 곧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두 방향이 만나는 지점에는 레고가 생각하는 놀이의 미래가 놓여 있습니다.
스마트 브릭, 태그, 미니피겨가 결합된 시스템은 아이가 만든 환경과 움직임을 바탕으로 다양한 반응을 만들어내며, 놀이의 깊이와 몰입을 키웁니다.
이는 전형적인 디지털화나 앱 연동이 아닌 보이지 않는 첨단 기술을 놀이 구조 안에 숨겨 아이 주도의 경험을 확장하려는 레고식 전략이에요.
이처럼 스마트 플레이 시스템은 장난감을 넘어 기술과 스토리를 결합한 새로운 놀이 모델을 실험하고 있으며, 앞으로 교육과 창의 활동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함께 보여줍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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