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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발목 잡고 쿠팡 날개 달아준 유통산업발전법

조선비즈 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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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홈플러스가 점포 영업을 연이어 중단한다고 밝히고 일부 점포의 매각을 검토하자 노조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유례없는 대규모 영업 중단을 강행하며 사실상 홈플러스 해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4일 자금 상황 악화를 이유로 7개 점포의 영업을 추가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새로 밝힌 영업 중단 점포는 문화점,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 전주완산점, 화성동탄점, 천안점, 조치원점이다.

#2. 온라인 이커머스(전자상거래)사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보상안이 사실상 소비 촉진안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보상으로 지급하는 소비 쿠폰에 여러 사용 제한조건이 붙어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커머스사 쿠팡의 대체제가 마땅치 않아서 나온 ‘배짱 보상안’이라고 지적했다.

새해 들어서도 홈플러스와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유통업계에서는 한때 대형마트 2위 사업자였던 홈플러스가 청산을 논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쿠팡이 배짱 대응에 나서는 배경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꼽고 있다. 잘나가던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고 쿠팡이 사실상 독과점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배경이 우리 국회에서 잘못 만든 법이라는 것이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위원과 수도권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이용자 이탈과 주문 감소 등으로 인한 입점업체의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 위원과 수도권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이용자 이탈과 주문 감소 등으로 인한 입점업체의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 산업의 효율적 발전과 상생을 목표로 2012년부터 시행됐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 영업시간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따라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이 넘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에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이 자리 잡은 시대에 쿠팡 등 이커머스사만 키워주는 효과를 가져왔고, 대형마트 등은 시대 변화에 적응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지난해 11.9%까지 떨어졌지만, 온라인은 50.6%까지 치솟았다. 구체적으로 쿠팡은 2023년부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쿠팡 매출은 2020년 13조3000억원에서 2024년 41조2901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의 연 매출 합계는 27조~28조원대에 머물렀다. 사실상 정체 상태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홈플러스의 경우 월 2회 의무휴업으로 인한 매출 감소분을 연간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도 문제다. 대형마트들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핵심 서비스인 ‘새벽 배송’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만이라도 풀어줬어야 쿠팡 등 이커머스사와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하면서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며 “선택권이 많아진다면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도 좋은데 이를 왜 금지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쇼핑 플랫폼에 판매자와 소비자를 모으는 역량과 물류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네이버는 물류센터가 없다”면서 “마트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고 이곳이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홈플러스를 되살리기 위한 국회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유출하고 자체 상황 조사에 나선 쿠팡의 배짱 대응을 무력화시키는 노력도 사실상 없다고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석 청문회에서 아무리 호통을 쳐봐야 소용이 없다. 도의적인 사과나 보상을 구걸해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쿠팡의 독과점 상태를 해소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을 폐지해야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의미한 경쟁을 만들 수 있다. 정교한 산업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난해 11월 23일 만료를 앞두고 4년 연장됐다. 이에 따라 이 규제는 다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년 가까이 이어지게 됐다.

학계에서도 정책 효과 검증도 안 된 시대착오적인 법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0년부터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자리 잡았는데 법과 제도는 시대에 맞지 않게 만들어졌다”면서 “이런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법과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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