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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M&A 현장의 교훈

머니투데이 반영은휴맥스해운항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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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맥스해운항공 반영은 대표

㈜휴맥스해운항공 반영은 대표



기업의 성장전략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그린필드(Green Field)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브라운필드(Brown Field) 전략이다. 그린필드는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설비와 인력을 늘려가며 회사를 키우는 자생적 성장방식이다. 반면 브라운필드는 이미 사업이 돌아가는 회사를 인수해 단기간에 외형과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바로 M&A를 통한 성장이다.

내가 M&A 업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에서 M&A는 여전히 낯선 영역이었다. 첫 직장인 한국산업은행에서도 M&A는 일반적인 일이 아닌 '특수금융'으로 분류됐고 해외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을 영입해 조직을 강화했다. 그러나 산업구조와 기술변화의 속도가 지금처럼 빨라진 시대에는 그린필드 전략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장을 짓고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 산업의 방향이 바뀌어버리면 투자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이미 검증된 사업을 인수하는 M&A 전략은 점점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정해진 내규와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전통적 금융업무와 달리 M&A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매각 또는 인수 대상이 될 회사를 찾아다니고 경영진과 직원들을 만나며 숫자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재무제표 분석과 현장실사, 기업가치 평가, 인수금융 구조화 등 업무의 범위도 다양하다.

20여년을 M&A 현장에서 일하며 얻은 것 중 첫 번째는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대우조선해양 매각업무를 맡은 경험이 대표적이다. 세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아무리 경쟁력 있는 회사라도 대규모 M&A를 성사시키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흐름과 금리·환율, 산업사이클에 대한 이해 없이는 거래종결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배웠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였던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 문제도 중요한 이슈였다. 현지를 방문해 조선소가 부실화된 원인을 살펴보니 루마니아의 EU 가입 이후 숙련인력들이 더 높은 임금을 좇아 서유럽으로 이동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 기업의 성과와 그 나라의 정치·사회적 변화, 노동력의 이동이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글로벌 감각 없이는 M&A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 계기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 감사한 점은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M&A 현장에서 나의 모토는 '모든 것은 협상 가능하다!'(Everything is negotiable!)였다. 소수 지분매각이 경영권 매각으로 확대되기도 하고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인수자금을 빌려주기도 한다. 불가능해 보이던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간극을 협상이라는 가교로 메워갈 때의 쾌감은 이 일을 지속하게 한 큰 동력이었다.


세 번째로 감사한 일은 동업자 정신을 배운 것이다. M&A 시장에서는 같은 회사가 여러 번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됐던 금호렌터카가 몇 년 뒤 롯데그룹, 2025년 다시 어피너티에 인수됐다. 이런 과정에서 오늘은 협상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상대방이지만 내일은 같은 편으로 다음 거래를 준비하는 동료가 되기도 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다. M&A는 숫자로 시작해 계약서로 끝나지만 전과정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얼마 전 데이터마이닝으로 잘 알려진 송길영 작가의 강연에서 '호명사회'라는 표현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직장이름이나 직함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과 전문성으로 불리는 사회라는 의미다. 4년 전 산업은행을 떠나 이제는 더이상 "산업은행 M&A실 반영은"으로 불리진 않지만 여전히 M&A 현장에서 배운 이 교훈들을 바탕으로 'M&A 전문가 반영은'으로 불리고 싶다.

반영은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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