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규제 부담을 피하려는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처분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꼼수’로 지적한 교환사채(EB) 발행 대신 임직원 성과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 비교적 논란이 덜한 방식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공시는 정정신고 4건을 제외하고 24건, 규모로는 총 10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6건은 임직원 성과급 지급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 내부 보상 목적으로 나타났다. 199억 원이다.
반면 교환사채(EB) 발행을 목적으로 자사주 처분을 명시한 기업은 단 두 곳에 그쳤다. 오킨스전자(080580)(58억 원), 티에프이(425420)(105억 원) 등 총 163억 원 규모다.
그동안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이 소각 의무를 우회하는 ‘꼼수’로 지적돼 온 만큼, 기업들이 해당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사주조합 출연이나 성과급 지급은 3차 상법 개정안에서도 소각 의무 예외 사유로 분류되는 항목이다.
EB 발행을 택한 기업들은 보고서 보완을 통해 ‘꼼수’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 클리오(237880)는 지난 6일 84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한 EB 발행 계획에 대해 “영업현금흐름 둔화 속에서 846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 투자를 전액 현금으로 집행할 경우 유동성 완충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당기순이익의 20%를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5건(558억 원 규모)은 시설자금 확보나 재무건전성 강화 목적으로 처분됐다. 로보티즈는 5일 경영상 재원 확보를 이유로 자사주 444억 원어치를 처분했고, 흥국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다올투자증권에 넘겼다.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기조에 맞춰 실제 자사주 소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유한양행(000100) 362억 원, 컴투스(078340) 582억 원, 세방전지(004490) 87억 원, 토비스(051360) 20억 원, 위드텍(348350) 22억 원, 오아(342870) 68억 원 등 총 6건의 자사주 소각이 공시됐으며, 규모는 1141억 원에 이른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움직임은 3차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시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취득한 뒤 1년 이내에 이를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도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만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를 보유한 채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임직원 보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자사주 보유·처분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이 역시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해당 경우에도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승인받아야 하도록 절차를 엄격히 규정했다. 시장에서는 주주들이 자기주식 처분보다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인 소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예외 적용을 위한 주총 문턱 역시 낮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는 데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처분 역시 절차가 크게 강화되면서, 제3자 처분이나 전환사채(CB) 등 종류주식 발행과 같은 자사주 활용 전략은 갈수록 사용하기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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